'시장포화·내수침체' 편의점 저성장 그늘…돌파구는

지난해 편의점만 5만개…인구 900명당 한개 꼴
"점포 확대 통한 외형 성장 한계"…돌파구 절실
초저가·트렌드 상품 발굴, 신사업 활로 모색
  • 등록 2025-01-15 오전 6:18:37

    수정 2025-01-15 오전 6:18:37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시장 포화와 내수 침체 여파에 편의점 업계에도 저성장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전국 편의점 수가 5만여개에 달할 정도로 포화상태가 심해지고 있고 최근 고물가·고환율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도 정체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고물가 시대에 맞춘 초저가·트렌드성 상품으로 집객력을 올리는 동시에 해외와 혁신 사업 도전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물건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편의점 5만개인데…고물가에 소비 침체까지

14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편의점 주요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매출 증가율은 3.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7.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22년 3분기(11.3%)와 비교하면 무려 10%포인트의 격차가 난다. 포화 상태 심화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데다 소비 침체까지 겹쳐 편의점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편의점협회 조사 결과 지난 2023년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5만 5580개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업계 추산 1000개가 증가한 5만 6500여개로 추정된다. 인구당 편의점 수를 보면 900여명당 한 개꼴인 셈이다. 편의점 수는 2007년 1만개를 넘어서더니 2015년 3만개를 돌파했다. 2021년부터는 5만개를 웃돌고 있다. 한집 건너 편의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코로나19 팬데믹, 이커머스 공세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온 편의점도 정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투톱(CU·GS25)의 성장세도 예전과 같지 았다.

실제로 GS25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9% 증가한 2조 306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1억원 줄어든 729억원에 그쳤다. 편의점 CU가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BGF리테일(282330)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 2조 3256억원, 영업이익 912억원을 거뒀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5.4%, 4.8% 증가했다. 다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6조 4823억원) 5.3% 늘어났지만 영업이익(2000억원)은 1% 감소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용량 제품 수요와 높은 접근성으로 오프라인 업태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점포 포화가 심해지면서 점포 확대를 통한 성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며 “다른 수익성 개선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라이더가 GS25에서 물건을 받아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트렌드 초저가로 집객 높이기…해외로 활로 뚫는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돌파구 찾기가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불황에 맞춘 초저가 PB(자체브랜드) 등의 확장이다. CU는 지난해부터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 우유, 채소 등 1000원 이하 상품 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990원 삼각김밥, 9900원 순살 치킨(700g)까지 내놨다.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도 일제히 초저가 도시락, 커피 등 상품을 확대 중이다.

트렌드성 상품으로 화제 몰이에도 나서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슈가 되는 상품을 빠르게 들여오거나 PB제품으로 만들어 빠르게 소비 수요를 선점하는 식이다. 두바이 초콜릿, 밤 티라미수, 스웨덴 젤리, 수건 케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략은 초저가 상품 확대와 맞물려 기존 점포의 집객력을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혁신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퀵커머스(단거리 배송) 서비스 강화가 대표적이다. 현재 GS25의 운영사 GS리테일(007070)은 편의점 슈퍼를 기반으로 한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픽업과 30분내 배달 서비스가 골자다. 특정 상품군에 집중하는 특화 매장도 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패션·뷰티 특화 매장 ‘동대문던던점’을 개점했다.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업체와 손을 잡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현재 GS25는 베트남과 몽골에 총 609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CU 역시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총 597개의 해외 점포를 갖고 있다. 국내는 이미 매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만큼 성장성이 높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권 사업자들의 점포 성장률은 그나마 연간 5% 내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3위권 이하 사업자들의 점포 순증세는 멈춘 상황”이라며 “편의점 산업의 성장이 둔화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점의 성장률 반등 등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끌 수 있는 반전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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