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인의 유골을 모시는 추모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 매장(묘법), 납골당, 수목장 등이 주류였던 추모공간이 ‘디지털 추모관’이나 유골을 보석으로 만들어 추모하는 ‘보석장’이 등장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보람그룹이 생체원소 보석 비아젬을 활용해 제작한 추모 기념패. (사진=보람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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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보람그룹은 최근 제조 계열사 비아생명공학을 통해 생체보석 브랜드 ‘비아젬’을 선보였다.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대신해 영원히 간직하게끔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7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생체보석을 완성했다.
생체보석은 고인의 머리카락과 분골, 탯줄, 손·발톱 등에서 생체원소를 추출해 보석 파우더(분말)과 합성해 만든다. 모양과 색, 강도 등 광물학적 특성은 천연보석과 동일하지만 투명도와 선명도는 천연보석보다 뛰어나다. 보석은 반지, 목걸이, 팔찌 등 주얼리는 물론 기념패로도 제작할 수 있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색상과 모양, 크기 등을 달리해 맞춤 제작한다. 가격은 크기별로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한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보석장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추모 방식”이라며 “생체보석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지만 블루오션 선점 측면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추모도 확산하고 있다. 보람상조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추모앨범 △살아생전 못다한 사랑의 편지를 띄울 수 있는 하늘편지 △고인과의 사진을 저장하는 추억 보관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 중이다.
| 프리드라이프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고인과 유족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프리드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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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라이프도 온라인에서 고인을 기릴 수 있는 ‘디지털 추모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인 위패나 추모 액자에 새겨진 QR코드를 스캔해 디지털 추모관에 입장하면 고인의 약력과 가족사항, 묘역 위치 등을 확인 가능하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AI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도 선보였다. 생전에 전용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추모 대상자 영상을 바탕으로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가상인간을 구현함으로써 사후에도 고인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상조업계가 추모 공간을 다변화하는 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다. 선수금(상조고객들이 납부한 돈) 규모가 8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이 커지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또 상조 가입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늘면서 젊은 층이 주목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프리드라이프의 2030 가입자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례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20~30대까지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