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에 꽁꽁 얼어붙은 암호화폐…비트코인 420만원대로

[이정훈의 암호화폐 투데이]비트코인 가격 8%이상 하락
리플 6%, 이더리움 9% 하락…비트코인캐시만 4%대 올라
200주 이동평균선 장기추세 하회…뚜렷한 저가매수 없어
F2풀 "중국서만 이달중 최대 80만곳 채굴업체 문 닫았다"
  • 등록 2018-11-27 오전 8:12:27

    수정 2018-11-27 오전 8:12:27

최근 나흘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픽=빗썸)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에 혹한기가 닥쳤다.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반등하는 가운데서도 뚜렷한 매수세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3년간 버텨온 장기 추세선까지 일시 하회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27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8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7.9%나 하락한 42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7% 이상 떨어져 374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와 3위인 리플과 이더리움도 각각 7%, 9% 하락 중이고 비트코인캐시를 제외하고 대부분 알트코인이 하락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인 3470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2주일간 38%나 하락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200주 이동평균선이라는 장기 추세선을 하향 돌파했다.

애디티야 다스 브레이브뉴코인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 압박과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에 따른 실망감, 백트(Bakkt) 거래소 출시 지연 등이 직접적인 악재가 되고 있는 가운데 지급결제 용도로서 암호화폐 채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점대비 80% 이상 폭락하고 있는 비트코인이 지난 2011년과 2015년에 기록했던 하락폭에 근접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약세장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CNBC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두고 ‘암호화폐 겨울(crypto winter)’이라고 명명했다. 암호화폐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비유였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역사상 최고치인 2만달러에 거의 육박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3500달러 이하로 하락하며 1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고점대비 11개월만에 81%나 하락한 것이다. 아직까지 역대 최악 약세장은 아니지만, 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 2010년 처음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은 2011년 6월까지 30달러에 상승했지만, 그 해 11월까지 5개월간 2.50달러가지 추락하며 고점대비 92%나 폭락했다. 이 기간이 비트코인이 맞은 최초이자 최악의 약세장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코인베이스나 바이낸스 등과 같이 대형 거래소들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거래대금도 낮은 수준이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마운트곡스가 전세계 거래의 70%를 차지하던 때였다보니 가격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본다면 실질적인 최악의 약세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였다. 2013년 12월 1000달러를 찍은 비트코인은 2년 뒤인 2015년에 200달러까지 추락했다. 마운트곡스 파산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년간 84% 하락했다.

그리고 올들어 다시 맞게 된 약세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까지 81% 하락하며 역대 3번째로 큰 폭의 하락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한때 24시간 거래대금이 490억달러였던 비트코인은 현재 190억달러로 61%나 줄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모건크릭 디지털에셋의 창업자이자 파트너인 앤서니 폼프리아노는 “이번 약세장에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대비 85% 정도 하락한 300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이로써 역사상 두번째 최악의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물론 예상보다 조금 더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상황에 따라 2011년을 넘어서는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비트코이나 강세를 점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투자자가 개인이었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웹3인프라 플랫폼인 엘라스토스의 도널드 불러스 대표 역시 “가격 조작 의혹이건 하드포크 논란이건 단기 투기적인 매도이건 간에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근간을 바꿔놓진 못할 것”이라며 이번 가격 하락이 오히려 씨앗이 되서 알짜 탈중앙화 프로젝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최근 암호화폐 가격 하락으로 인해 11월 중순 이후에만 지금까지 최대 80만곳에 이르는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마이닝 풀인 F2풀 창립자인 마오 쉬싱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총 네트워크 해시레이트(Hashrate)가 하락하고 기존 채굴장비의 평균 해시파워가 떨어지면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채굴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해시레이트는 연산 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로, 통상 해시레이트가 낮아져 연산량이 줄어든다면 채굴은 더디게 이뤄져 난이도가 낮아진다.

실제 블록체인.인포에 따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총 해시레이트는 지난 10일 초당 4700만테라해시(TH/s)에서 24일 4100만테라해시로 거의 13%나 하락했다. 쉬싱은 비트코인 총 네트워크의 11%를 차지하는 F2풀의 해시레이트도 10% 정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쉬싱은 “비트메인이 만든 ‘앤트마이너 T9+’은 물론이고 카난 크리에이티브의 ‘아발론마이너 741’ 등과 같은 기존 채굴기 모델을 사용하던 채굴업체는 거의 폐업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최근 며칠간 우리와 관련된 수만곳의 채굴업체들이 활동을 중단한 것 같다”며 중국 전체적으로는 60만~80만곳이 페업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채굴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의 전기요금 상승 탓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쉬싱은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전기료 상승, 장비 노후화 등이 겹쳐지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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