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두루미 사진전 대상 수상작(유형전)/제공=순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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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지난해 11월초 전 세계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전 세계에 1만8000여 마리가 남아있던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흑두루미 1300마리가 폐사했다. 위기를 느낀 흑두루미는 중간 기착지였던 순천만으로 역행하는 피난길을 택했다. 철새의 역행은 이변이다. 3000여마리가 월동했던 순천만엔 그해 11월 21일 9841마리까지 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순천만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면서 6000여마리는 다시 일본행을 택했다.
순천시는 늘어나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충남 서산시, 전남 여수시·광양시·고흥군·보성군 등 6개 지자체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에 흑두루미 서식지 분산을 위한 남해안 벨트 조성을 건의했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10월이면 월동을 위해 한국이나 일본, 중국 서부 등으로 이동한다. 이동경로상에서 개체수가 크게 줄어 멸종위기에 처했다. 난개발로 인해 습지가 줄어들면서 잠자리가 사라지고, 먹이활동에도 제약을 받았다. 인간의 활동으로 머물 곳을 잃었고, 위험 요인은 늘었다. 두루미류는 몸집이 크고 이동 속도가 빠르다. 전봇대의 철심 등 전선충돌이 전체 사고 비중의 36%를 차지한다. 여기에 새로운 위험 요인인 AI의 유행은 흑두루미 월동지를 늘려 철새의 분산을 통한 보호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이즈미에서 이번 집단폐사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인공 잠자리인 무논(물을 댄 논)의 오염으로 AI가 빠르게 퍼진 탓이다. 이즈미는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로, 약 50년간 흑두루미의 월동을 위해 104㏊ 보호지역에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이를 주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무논은 습지와 달리 물이 드나들지 못하고 고이면서 AI의 빠른 확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일본의 연구가들은 보고있다. 기러기, 오리류와 함께 철새들이 보호지역을 공유하면서 AI의 발병과 확산을 막기 위해 지리적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흑두루미 사진전 동상 수상작(정홍규)/제공=순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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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순천만으로 유입된 흑두루미 개체수는 지난 12일 기준 5000여마리에 달해, 시는 늘어나는 흑두루미를 위해 보호구역을 확대한단 계획이다. 순천시는 앞서 2009년 대대뜰 61㏊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282개의 전봇대를 철거했고, 해당 농업단지에서 생산되는 벼를 매입해 먹이로 제공 중이다. 연안뜰 109㏊를 추가로 확보해 보호구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흑두루미 먹이터 주변 비닐하우스 7개동에 대해서 보상을 완료, 올해 흑두루미 먹이터로 복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거리 이동이 잦은 흑두루미의 특성상 국내 다른 월동지에서도 유사한 수준의 보호관리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에 유입된 흑두루미는 순천만 주변인 경남 하동 갈사만, 전남 여수·광양·고흥·보성이 인접한 여자만, 그리고 서산 천수만까지 분산돼있다. 그러나 이번 협약에서 흑두루미 도래지 중 하나인 영남권과 경기권은 빠져있어 정부 차원의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흑두루미는 생태계에서 중요도가 높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깃대종에 해당한다. 흑두루미를 보호하면 다른 보호종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스파이크 밀링턴 국제두루미재단 부회장은 “흑두루미의 잠재적 월동지를 발굴해 서식 환경 개선, 먹이주기 등을 통해 월동지를 확대해야한다”며 “흑두루미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 보전될 수 있도록 공동협력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