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최악의 가뭄, 파키스탄은 대홍수…“기후위기, 개도국 피해 커"

'중국 최대 담수호’ 포양호 수위 사상 최저
파키스탄 총리 유엔총회 연설 “지구온난화 책임 없는 우리가 홍수로 대가 치러”
외교부 장관 “산업국가가 개도국 피해 보상해야”
  • 등록 2022-09-24 오후 2:42:26

    수정 2022-09-24 오후 4:38:4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혹독한 가뭄이 지속하면서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호 수위가 역사상 최저 수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토의 3분위 1이상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에선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적은 개도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포양호 기준 관측지점인 싱쯔잔(星子站) 수위가 7.1m를 기록, 종전 역대 최저였던 2004년 2월의 7.11m를 밑돌았다.

지난 6월 23일 19.43m였던 수위는 3개월 만에 12.2m 내려가 호수 내 대부분 지역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채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6월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상수원인 창장(長江·양쯔강)에서 물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성 내 95% 지역이 ‘특중(特重) 가뭄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포양호를 용수원으로 삼는 난창, 징더전, 상라오, 푸저우 일대가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포양호보다 창장 상류에 있는 둥팅(洞庭)호 수위도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둥팅호 기준 관측소인 청링지잔(城陵磯站) 수위는 23일 예년보다 7.56m 낮은 19.89m를 기록했는데 이는 1904년 이 관측소가 세워진 이래 118년 만에 최저다.

이들 호수를 용수원으로 삼는 중국 최대 벼 생산기지인 창장 중·하류의 식량 생산 감소는 물론 중국의 대표적인 광역 경제권인 창장삼각주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포양호 일대 농경지 13만㏊가 수확을 포기하는 등 중국의 농경지 4076만㏊가 가뭄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의 기후위기 대응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유엔이 13일(현지시간) 경고한 가운데 홍수로 길이 잠긴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시민들이 물살을 헤치고 출근 길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AFP/연합
기후변화로 인해 한쪽에서는 혹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다른 편에선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이같은 지역별 극단적 기후현상에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지역의 열기를 북반구로 이동하는 해류 흐름이 1000년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둔화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해류 이동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역사상 최악의 악천후가 반복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최대 물난리를 겪은 파키스탄에선 기후 변화로 재난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지구온난화의 파괴적인 예가 파키스탄에서 발생했다며 “하지만 우리가 이 재앙을 촉발하지 않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 온실가스에서 파키스탄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라며 우리는 스스로 만들지 않은 위기와 홀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무부 장관도 전날 유엔총회 부속 회의에서 산업 국가들은 개도국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달 초 파키스탄 홍수 현장을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주요 20개국(G20)이 오늘날 온실가스의 80%를 배출한다면서 “파키스탄 같은 개도국이 이런 재난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부유한 나라가 도와줘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에서는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계절성 몬순 우기로 큰 홍수가 났다. 해마다 몬순 우기 때면 큰 피해가 생기곤 했지만, 올해 폭우 강도는 이례적으로 강했고 고산의 빙하 녹은 물까지 더해지면서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겼다.

우기 동안 사망한 이는 1600명을 넘었고 주택과 도로 붕괴 등 재산 피해도 심각한 상태다. 최근엔 물이 빠지면서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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