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세종시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한달간 9.2% 올랐고, 올해(1~8월) 누적으로는 무려 34.11% 올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시민이 아파트가 밀집한 시내 전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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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6대책, 8·4대책 등 두번에 걸쳐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연이어 부동산규제안을 내놨지만 모두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안정을 겨냥한 것이다보니 비수도권인 세종이 주목받으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발언을 하면서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대전 집값 급등세보다 가파른 모습이다.
2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월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값은 9.2% 상승했다. 전달(6.53%)에 비해 2.47% 포인트 급상승해 눈길을 끈다. 올해(1~8월) 누적 상승률을 봐도 무려 34.11% 올라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다. 같은 기간 상승률 2위인 대전(11.60%)보다도 3배 가까이 올랐다.
1년 전인 2019년 8월엔 대전이 전국 시·도 아파트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는데, 변동률은 0.96% 밖에 안됐다. 대전은 지난해 누적 상승률도 2.20%로 전국 단위에서 가장 높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전 집값이 많이 올라 올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투자수요가 다시 세종으로 옮겨갔다”면서 “더구나 여당에서 나온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 발언이 세종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세종시는 올해 신규아파트 분양이나 입주물량도 적어 매매뿐 아니라 전셋값도 크게 오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그래픽=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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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아파트값 상승은 세종시 대장주 단지를 맡고 있는 대평동·새롬동이 이끌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아파트시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8월 세종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약 1683만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최상위 동네는 대평동(2290만원), 새롬동(220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지역들에서는 한 달 사이에 시세보다 2억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 거래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세종시 대평동 해들마을 6단지 전용면적 99㎡는 지난 8월 21일 14억원(16층)에 팔렸다. 이 면적형은 지난 7월 26일 12억4000만원(16층)에 거래된 바 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1억6000만원이 치솟은 셈이다. 새롬동 새뜸마을 4단지 전용 100㎡는 지난 8월 6일 9억9800만원을 기록하며 시세 10억원을 앞두고 있다. 이 면적형은 7월에만 하더라도 7억3000만원(1층)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층수를 고려하도 시세차익은 무려 2억6800만원이 난다.
세종 내 매물은 한정적인데 수요가 지속적이라는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7월 이동자수는 5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1만9000명)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이 이 기간 순유입 인구가 2.3%(681명) 증가해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을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의 인구유입 속도는 지자체 가운데 가장 빠르며, 이들의 소득수준도 비교적 높은 상황”이라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인프라 조성도 끝나가고 있어 세종 전체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다양한 호재 요인이라면 당분간 세종 집값 상승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단기간 너무 많이 올라 일정 기간이 되면 확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