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위한 단체 맞나?”…실체 의심받는 ‘당뇨환자를 위한 시민연대’

당뇨연대의 PLGS에 필요한 오픈소스앱 철폐 시위에 환자들 ‘발칵’
당뇨환자 500여 명, 식약처에 당뇨연대 주장 반박하는 탄원서 제출
“메드트로닉 급여화 반대 시위 등 굵직한 일 해와…유령단체 아냐”
  • 등록 2024-06-27 오전 7:37:33

    수정 2024-06-27 오전 8:12:37

[이데일리 김새미·김진수 기자]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이하 당뇨연대)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뇨인들은 당뇨연대의 민원으로 인해 혈당관리에 어려움을 겪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당뇨연대는 완벽한 기기를 만들어야 환자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가 지난달 21일 오전 보건복지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당뇨병 환우와 함께하는 시민연대)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뇨연대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당뇨 환우회에서는 해당 단체가 당뇨 환자들의 권익을 해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뇨연대 측은 “우린 유령단체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당뇨연대, PLGS에 필요한 오픈소스앱 철폐 시위 벌여

최근 당뇨 환우회는 당뇨연대가 국내 인슐린펌프 제품에 탑재된 저혈당 예측 주입 멈춤(PLGS) 기능이 불법이라면서 허가 취소를 요구한 일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 PLGS란 혈당이 저혈당 우려가 되는 구간으로 떨어지면 미리 인슐린 주입을 중단해 저혈당 쇼크를 막아주는 기능이다.

당뇨연대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앞에서 오픈소스 앱을 활용한 PLGS 기능 허가를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뒤 5월에는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특히 당뇨연대는 해당 기능과 연결된 오픈소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프로그램인 Xdrip+, Shuggah, Spike, Glimp, Tomato, LinkBluCon 등이 국내외에서 허가된 CGM 제조사들이 공식 배포·공급한 게 아니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CGM과 연결해 혈당값을 읽어오는 해당 앱들은 PLGS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당뇨연대는 오픈소스 앱에 대해 “CGM 제조사 허가 없이 무단으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잘못된 데이터 연동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당뇨 환자 500여 명, 당뇨연대 주장 반박하는 탄원서 제출

이에 당뇨 환자들은 즉각 반발, 500여 명이 PLGS 기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해 식약처에 제출했다. PLGS 기능이 당뇨인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기능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사진=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저혈당 쇼크가 30분 정도만 지속돼도 의식을 잃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라며 “PLGS 기능이 없는 인슐린 펌프를 사용한다면 훨씬 더 저혈당을 자주 발생하게 하기 때문에 PLGS 기능으로 인해 환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당뇨연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오픈소스 앱에 대해 “xDrip+, Shuggah, Spike, Glimp, Tomato 등의 오픈소스 앱은 10년 넘게 1형당뇨인과 보호자들이 직접 개발한 앱들”이라며 “PLGS 기능에 연동되는 오픈소스 앱들은 제조사 의료기기앱의 데이터를 가져와서 활용하기만 할 뿐 변경하거나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소스 앱은 환자가 직접 설치하고 연동에 필요한 설정이나 계정 정보를 직접 입력한다”며 “PLGS를 사용하는 것은 정보 주체인 환자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의료데이터를 연동해 활용하는 과정이고, 다른 이로부터 침해받으면 안되는 고유한 자기결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당뇨연대 정체성에 의문 제기하기도…“유령 환자단체?”

더 나아가 당뇨병 환우들은 당뇨연대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뇨연대는 환자를 위한 활동보다는 특정 업체의 경쟁사 비방을 위한 시위, 고소에 치중해 활동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뇨연대의 공식 홈페이지가 없다는 점도 실체가 모호하다는 의심에 불을 당겼다.

김 대표는 “보건의료 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환우회 대표들조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체라고 할 정도로 당뇨연대는 그간 활동이 없었다”면서 “유령 환자단체의 악의적인 민원 때문에 PLGS 기능이 제거된다면 잘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준형 당뇨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해당 기능을) 쓰는 사람들이 우리를 유령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도 이런 방식이 해킹에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정상적으로 완벽한 의료기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무국장은 “처음엔 홈페이지도 만들었지만 이걸 관리할 사람이 없어 유명무실해졌다”면서 “약 100여 명의 회원이 명단에 기재돼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20여 명”이라고 해명했다. 또 “우리 단체는 2019년 메드트로닉 인슐린펌프가 문제가 된다고 해서 결속했다”며 “2019년 전부터 굵직굵직한 일들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뇨연대는 2019년 메드트로닉의 인슐린펌프에 대한 국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이와 관련해 고소·고발을 진행해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당뇨연대의 활동이 대부분 특정 업체의 경쟁사 비방을 위한 시위, 고소에 치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이러한 당뇨연대의 활동이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인슐린펌프 치료율은 5%가 채 안될 정도로 낮은 편이다. 미국이 50% 정도인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 비율은 10.7%, CGM과 연동되는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당뇨연대의 행위는) 다양한 제품 중에서 쓸 수 있게 선택권을 줘야 하는데 환자의 선택권을 아예 박탈시키려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이 지금 서비스되고 있는 PLGS 기능이 막힌다면 참을 수 없다면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3일 만에 탄원서를 500개 넘게 제출한 것도 이래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1만 1334명의 회원이 1형당뇨에 대한 인식, 의료정책, 혈당관리 환경의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김미영 대표는 국내 1형당뇨인이 혈당관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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