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를 끄고 기름을 넣어야 함에도 오히려 불꽃을 최대로 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름을 넣다 넘친 기름에 불이 붙은 것이다. 당황한 남성이 난로를 넘어뜨리면서 불은 더 커졌다. 안전에 둔감한 상태로 위험한 열원을 건드리고, 사고를 낸 상태에서 다시 부적절한 대응으로 불을 키운 셈이다.
커진 불은 마침 겨울철 부산 앞바다에 불던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안전에 여전히 둔감했던 80년대 사회 분위기와 부실한 규제의 흔적은 호텔 비상 장비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상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투숙객들이 발화 30분이 지나서야 탈출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 화재로 모두 38명이 숨지고 68명이 부상을 입었다. 옥상에 대피한 투숙객 50여명은 공군 헬기 등을 통해 구조됐지만 이 중 5명이 구조용 로프를 놓쳐 추락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방염 기능이 없는 내장재를 쓰기 위해 부산 공무원들한테 뇌물까지 제공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돈 좀 아끼려고 쓴 내장재 때문에 수십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모든 안전수칙은 피로 쓰인다’는 격언에 들어맞는 안타까운 사례들은 안전의식이 발달하고 각종 규제가 자리잡은 현재에도 수시로 등장한다. 예견치 못한 안전 문제는 늘상 새로 생기기 마련이고, 어렵게 마련한 규제 역시 정치적인 논리로 뒷걸음질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화재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렀음에도, ‘안전수칙’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