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려라”…곰팡이 빵 제조사 ‘적반하장’ 대응

제조사, 자사 상품권·여러 빵 제품 보상 제안
피해자 빵 먹고 사흘간 구토·설사…사과 원해
  • 등록 2024-08-03 오전 11:26:22

    수정 2024-08-03 오전 11:26:22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유명 제빵기업이 곰팡이가 핀 빵을 먹고 배탈이 난 고객에게 인터넷에 올리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유명 제빵기업이 제조한 빵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사진=연합뉴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쯤 집 근처 편의점에서 B사의 빵을 사서 먹다 빵 속 하얀 크림에서 파랗게 핀 곰팡이를 발견했다. 당시 A씨는 어린 딸과 함께 5조각의 빵 중 이미 3조각을 먹은 상태였다.

해당 제품은 제과점 빵보다 맛있다고 소문난 치즈 크림 롤 케이트였고 유통기한은 A씨가 빵을 구입한 27일까지였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 새벽부터 심하게 배탈이 나서 사흘간 설사와 구토에 시달렸다. 다행히 A씨의 딸은 이상이 없었다.

A씨는 주말이라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해당 빵을 제조하는 B사의 고객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또 치료비 영수증을 제출하면 실비 보상, 자사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3만원짜리 모바일 상품권과 몇 가지 빵을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A씨는 보상 방안을 놓고 B사와 충돌했다. A씨는 곰팡이 빵을 먹은 후 일도 못 하고 병원에 다니며 몸까지 상한 점을 고려할 때 B사의 보상 방안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아울러 B사의 빵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더 이상 그 회사 제품을 먹고 싶지 않은데 빵이나 빵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보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B사는 얼마를 원하냐고 물었고, A씨는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10만원은 돼야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B사는 내부 규정상 그렇게 큰 금액을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빵의 곰팡이가 제조할 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유통 과정에서 냉장 보관을 못 해 생겼기 때문에 자사에 모든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편의점에 책임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A씨는 “보상은 필요 없고 이번 일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B사 담당자는 “네, 그렇게 하시죠. 저희에게 10만원도 큰돈이다”라고 맞섰다.

취재가 시작된 후 B사는 “제품 이용 과정에서 불편을 겪게 해드려 송구스럽다. 해당 건은 제조가 아닌,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고객에게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 (내부)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치료비 등의 지원을 안내해 드렸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께서 기준 이상의 보상을 말씀하셔서 요청을 들어드리기 어렵다는 양해를 구했는데, 고객의 마음이 상하신 것 같아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 응대 절차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A씨는 “빵을 먹고 장염이 생겨 설사를 많이 했는데 돈이나 뜯어내려는 듯한 사람으로 인식된 점이 매우 불쾌하다. 업체는 병원비 실비 보상과 상품권 제공을 대단하다는 식으로 제안했다. 보상금은 필요 없다.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따끔하게 혼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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