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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숫자다. 단순 비교해도 ‘더블 스코어’ 차이다. 관광 및 마이스 업계가 우리 관광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올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00만명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이 목표를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우리와 달리 일본의 관광산업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9월까지 지난해 연간 관광객 수(2506만명)를 넘어섰다. 2019년의 역대 최다 방문객 기록(3188만명)을 갱신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실질적인 수입의 격차다. ‘미운 오리 새끼’였던 관광산업은 일본 경상수지 흑자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4~9월 일본의 여행수지 흑자는 3조992억엔(28조 204억원). 전년 대비 80% 증가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여행수지 적자가 62억4070만달러(8조 7120억)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2.31% 더 늘었다. 적자 흐름은 2000년(-2억9800만달러) 이후 올해까지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외국인 관광객 수에 여전히 집중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래관광객 3000만명, 관광 수입 3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여행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여행업계는 올해 2000만명 유치가 어려워져 아쉽지만 이를 질적 성장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파격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2016년에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정부는 “종전 양적 목표에서 질적 목표로 관광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남은 것은 실행이다. 연말을 앞두고 공개될 내년 관광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정부 부처가 대거 참여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와 같은 자리에서는 방한 인원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 체류기간, 지역방문율, 1인당 지출액, 만족도 등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는가’보다 ‘얼마나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끌어냈는가’에 초점을 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