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화폐 전문가의 일침…"규제하면 다른 나라로 이동, 한국 기회 상실"

조이스 김 스텔라 설립자 인터뷰
"가격이 아니라 기술이 핵심, 규제보다 블록체인 지원해야"
"투자자도 주식 공부하듯 기술을 공부하라"
  • 등록 2017-12-10 오전 10:18:07

    수정 2017-12-10 오후 1:06:49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암호화 화폐에 대해 만일 한국 정부가 금지하면 이를 허용되는 다른 나라로 가겠죠. 그렇게 되면 한국은 기회를 잃는 겁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암호화 화폐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조이스 김(사진) 스텔라(Stellar) 설립자는 암호화 화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내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이스 김을 지난 8일 만나 최근 한국에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블록체인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김 설립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암호화 화폐 업계 1세대 여성 기업가다. 19세에 코넬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와 콜롬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미국 한류 콘텐츠 포탈인 숨피닷컴의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암호화 화폐에 눈을 떠 디지털 화폐 결제 플랫폼인 스텔라 설립에 이르렀다. 지금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전용 투자펀드인 스파크체인캐피탈 운용까지 맡고 있다.

김 설립자는 먼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는 단어보다 암호화 화폐(Crypto Currency)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며 이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그 일부가 될 것인지, 아니면 별개로 살 것인지를 국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받아들이면 더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데 규제를 통해 막으면 이를 누릴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전 세계 암호화 화폐 거래량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암호화 화폐공개(ICO)나 암호화 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발행은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도 허용된 사업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은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김 설립자의 생각이다. 특히 블록체인 산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일찍 진입할 수록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상당히 밝게 봤다. 개발 인력 뿐 아니라 디자인, 상품기획력 등에서 블록체인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한국의 디자인 인프라에 대해 극찬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위치한 별마당도서관을 보고 함께 방문한 모든 외국인이 감탄했다며 그만큼 한국인의 창의성은 블록체인이 만들 미래에서 상당히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파크체인캐피탈 투자를 위해 만나본 한국 내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은 이미 상당 부분 사업화를 이뤘고 평판도 좋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자금유치를 위해 과장해서 홍보하는 것과 달리 한국 스타트업은 내실 있으면서 숨은 진주 같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블록체인 투자 전용 펀드로는 손꼽히는 규모인 스파크체인캐피탈에게 한국은 제일 큰 시장이기도 하다.

김 설립자는 “돈과 관련되면 법과 규제 때문에 어렵지만 기술은 그렇지 않다”며 “블록체인은 데이터베이스인데 금융부분을 제외하고 데이터와 관련한 상품을 개발해서 먼저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불고 있는 암호화 화폐 투자열풍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암호화 화폐는 가격이 아니라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데 모든 관심이 가격에만 쏠려 있다는 것. 김 설립자는 “가격은 핵심이 아니라 부작용(side effect)이다”라며 “기술이 먼저고 기술에 대한 흥미가 생기면 돈이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가 암호화 화폐를 처음 접했을 때 비트코인이 10달러대였다. 지금 1만달러를 넘기까지 반 토막 됐다가 급등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다. 그 과정에서도 기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암호화 화폐 관련 업체를 창업하고 키웠다.

그러나 한국에서 암호화 화폐가 주목받기 시작한 게 최근 일이고 급등하는 과정만 봤기 때문에 가격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다른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설립자는 “요새 한국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 찾기 쉽지 않은데 기술을 보고 사업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블록체인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과열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열기를 진정시키려면 정부나 금융당국이 규제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설립자는 “한국은 이것저것 금지하는 바람에 경험이 없어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세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투자경험을 잘 쌓고 금융교육을 받아야 투자도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암호화 화폐에 대해 공부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에 투자할 때에도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공부를 하는데 가상화폐에 투자할 때에는 주변 사람의 얘기를 듣거나 소문만 듣고 투자한다”며 “기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가지, 여유 자금 내에서 투자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여윳돈이 아니라 전세자금이나 학자금 같이 목적이 있는 자금으로 투자하니까 문제가 생긴다는 것. 실리콘밸리에도 암호화 화폐 투자 열풍이 상당하지만 대부분 소득수준이 높아 여윳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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