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매가는 큰 폭의 변화가 없지만, 전셋값은 최근 두 달 사이 급격히 올랐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이 일대에서 전세가 매매를 몇천만원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요즘 전세는 부르는 게 값인 세상”이라고 했다.
가을 이사철, 전세가 집값보다 비싸네
새 임대차 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대란이 퍼지면서 서울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추월하는 ‘전셋값의 매매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전용면적 49㎡짜리 아파트도 현재 아파트 시세가 2억3000만원 정도다. 반면 전세는 이보다 높은 2억4000만원이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1억 후반대던 전셋값이 최근 2억원을 훌쩍 넘어서더니 집값과 똑같은 가격에 형성된 것이다.
이미 도시형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추월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마에스트로캠퍼스타운’ 전용 13.15㎡는 지난달 1억4470만원(8층)에 팔렸으나 이 면적형은 같은 달 1억5000만원(4층)에 전세 거래됐다.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이지소울리더’와 ‘더하이어’도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비싼 편이다. 이지소울리더 전용 13.55㎡는 지난달 9450만원(12층)에 집이 팔렸으나 전세 거래는 지난 8월 1억2000만원(14층)에 이뤄졌다. 집을 사려면 1억원이 채 안 들지만 전세로 들어가려면 1억원이 넘게 필요한 것이다. 더하이어 전용 12㎡의 최근 전세 거래는 1억3500만원(5층)에 계약됐지만 매매값은 1억300만원(11층)을 기록했다. 전세가가 매매값의 3000만원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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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는 이른바 ‘깡통전세’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중랑구나 강북구 등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 중에서 전세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은 매물 희소가치도 극히 높아 아파트를 구하지 못해 빌라나 다세대로 이동하는 수요도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가율이 80% 넘는 단지는 깡통전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반드시 체크를 하고 입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현 추세라면 전세자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