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중앙은행, '크라이시스 파이터' 역할론 부상"

한은 70주년 기념사.."발권력은 신중하게" 입장 유지
"물가안정목표제 현실성 의구심..개선연구 진척돼야"
"중앙은행 역할 요구에 사회적 컨센서스 도출해야"
  • 등록 2020-06-12 오전 8:00:00

    수정 2020-06-12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중앙은행 역할 확대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 재산인 발권력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기본원칙”임을 강조하면서도 “크라이시스 파이터(crisis fighter)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사를 통해 “중앙은행의 준재정적 역할에 대한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며,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시장개입 원칙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사회적 컨센서스를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펼쳐 온 기준금리 인하와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등을 언급하면서 중앙은행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필요시 금리 이외의 정책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정부와의 협력도 긴밀히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 등 기존 정책이 시대 변화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주지시켰다.

그는 “코로나 위기는 물가안정목표제의 현실적합성에 대해 의구심을 높일 수 있다”며 “이번 위기 이전에도 물가는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밑돌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예비적 저축유인 증대, 부채 누증에 따른 수요 둔화, 디지털 경제 가속화로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주요국 중앙은행 동향을 주시하면서 통화정책 운영체제 개선 연구를 진척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개발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으로서 페이스북 리브라(Libra) 논란 이후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신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물적자본에 의존하는 과거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활발히 발휘돼 지식과 기술에 기반하는 생산성 주도 성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오늘 우리의 결정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매 순간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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