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짓는 한화…그 배경엔 ‘트럼프 인맥’ 김승연[파워人스토리]

■[트럼프 2기, 다시 뛰는 재계 어른 김승연]
한미교류협회 초대 의장…민간 외교 본격화
헤리티지 재단 퓰너 회장과 ‘40년 인연’ 주목
주요 순간마다 만나…선대부터 3세까지 인연
트럼프 2기 해양·방산 기대…사업 전면 나서
  • 등록 2024-11-19 오전 5:30:00

    수정 2024-11-19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트럼프 쇼크’가 재계를 덮친 가운데 재계 어른인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그동안 김동관·김동원·김동선 한화 오너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김승연 회장은 한발 물러나 있는 형국이었다. 올해 들어 잇단 경영 현장 방문에 나서긴 했지만,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많았던 이유다.

그랬던 김 회장이 최근 그룹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회장으로 신규 선임되자마자 곧바로 보은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해양·방산에 러브콜을 보내자, 그는 일흔이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룹 핵심 계열사의 수장을 맡았다. 재계 안팎에선 트럼프 리스크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김 회장은 특유의 촉을 바탕으로 기회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방대한 글로벌 인맥과 이를 바탕으로 한 민간 외교 활동이다. 특히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회장과의 40년 인연에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0년 6월 한미 협력을 위한 민간 채널인 한미교류협회 초대 의장으로 추대되면서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사절 역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김 회장은 부시와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 공화당 인사까지 폭넓은 미국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 가운데) 지난 2012년 1월 7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방문한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토마스 손더스 이사장(왼쪽), 에드윈 퓰너 회장을 만나 한미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한화그룹)
국내 재계 유일 ‘트럼프 취임식’ 초청…취임 후 환담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이자 정계를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집단인 헤리티지 재단 에드윈 퓰너 회장과의 친분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퓰너 회장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미 간 현안은 물론 국제 경제 전반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나눠왔다. 현재까지 한화그룹이 공식적으로 밝힌 둘의 만남만 10회 이상이다.

두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만남을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4개월 뒤 이뤄진 퓰너 회장의 방한이다. 우리나라 재계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받은 김 회장이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자 퓰너 회장이 직접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한화그룹 빌딩을 찾은 것이다. 트럼프 취임식에 김 회장을 초청한 인물은 다름 아닌 퓰너 회장으로 알려졌다.

당시 우리 정부와 국내 재계 최대 현안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펼칠 새로운 산업 정책이었다.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권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퓰너 회장의 방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웃리치(적극적 소통·접촉 활동) 측면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퓰너 회장과의 면담에서 “최근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한미간의 오랜 동맹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에 퓰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과 부통령이 선임되자마자 한국에 찾게 하는 등 한미 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고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3월 24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마이크과 오찬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한화그룹)
선대회장과도 인연…한화 이사진 합류로 ‘연결고리’ 강화

김 회장은 한미관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식견을 지닌 퓰너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2018년 1월 트럼프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만남에서 김 회장은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국 산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퓰너 회장은 “현 상황은 ‘미국 우선’일 뿐 ‘미국 유일’은 아니다”며 트럼프 행정부 의견과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둘의 인연은 김 회장의 대미 외교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 회장은 2022년 3월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오찬을 하며 한·미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오찬은 두 사람이 이 처음 만나는 자리였으나 퓰너 회장과의 공통된 인연을 바탕으로 오찬 자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펜스 전 부통령은 2021년 2월부터 헤리티지 재단의 초빙 연구원으로 합류해 활동했다.

퓰너 회장은 한화그룹 창업자인 김종희 선대회장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은 한화 3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2022년 4월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과 퓰너 회장 만찬을 함께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부사장 등 삼형제가 참석한 가운데 퓰너 회장과 2시간 넘는 만찬을 갖기도 했다.

퓰너 회장이 지난해 3월 ㈜한화 사외이사를 맡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헤리티지 재단은 2011년 미국 워싱턴 펜실베니아가에 있는 헤리티지 의회빌딩 2층 컨퍼런스센터를 한·미 민간외교에 기여한 김 회장 공로를 인정해 ‘김승연 컨퍼런스센터’로 명명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 2022년 11월 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 회장, 퓰너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사진=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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