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 협상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더욱 격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녀는 “트럼프가 1기 행정부 시절 미국 무역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그가 관세인상과 무역에 더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6개월 기간 주고 협상타결, 효과 없으면 관세 부과”
커틀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부과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트럼프는 6개월의 기간을 주고 ‘미국과 협상하거나 아니면 이 관세가 특정 시점에 발효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관세부과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 협상이 만족스럽게 완료되면 특정 국가에는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무역적자 규모와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1974년에 마련된 무역법 제122조 등 법률에 따라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커틀러는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 같은 법률에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커틀러는 “트럼프는 IEEPA에 근거해 충분한 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물론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방안은 법원에서 도전을 받겠지만, 그 과정은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커틀러는 트럼프가 한미FTA를 재개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그녀는 “한미FTA는 여러 측면에서 낡은 협정”이라며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발전과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포함한 경제 안보 문제 등 무역 및 투자 환경이 변화한 분야에서 차분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예고하며 최소 60% 포인트의 관세 인상을 공약하고 있다. 커틀러는 이와 관련 “중국에 대한 관세는 현재 25~30%인 경우가 많은데 트럼프가 중국 관세를 60%포인트 늘리면 관세가 약 100%까지 올라가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녀는 “중국이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넘어 중요한 광물 수출 등을 보류하는 등 미국에 타격을 주고, 적어도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관세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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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틀러는 트럼프의 사실상 재선 승리로, 한국은 대미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중국, USMCA, 유럽연합,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3년 미국의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 증가율은 연평균 27.5%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서 중간재 수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커틀러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상품을) 사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로부터 더 많이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런 노력을 통해 양국 간 무역적자를 줄이고 잠재적 마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커틀러는 “트럼프의 무역 및 관세에 대한 발언과 제안은 다양하지만, 그가 새 임기 초기에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무역 파트너 국가들도 모든 종류의 변화에 대비해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