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수산물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유독 김 수출만이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한류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데다 건강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해져 ‘검은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 동원 양반김(사진=동원F&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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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국수산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물 전체 수출규모는 23억 1900만달러(약 2조 5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품목별로 따져보면 참치의 수출 금액은 7.6%, 게, 굴, 대구의 수출금액은 각각 21.4%, 6,8%, 12.7% 줄었다. 반면 김 수출액은 6억달러(약 6655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2019년에도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10.2% 늘어나는 등 성장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조미 김 생산업체도 해외 수출이 늘어난 모양새다. 동원F&B의 지난해 양반김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대상 또한 지난해 수출을 포함한 해외 판매액은 총 423억원으로 동기간 국내 판매액인 125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 성장에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 김 수출 금액은 3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현지생산 판매액만 228억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수산무역협회 관계자는 “이전 김 수출 물량 증가는 마른김보다는 조미김이 주도했다”라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내식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반찬 및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조미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 관계자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지속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헬시 푸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한국 김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라고 짚었다.
글로벌 김 시장은 한·중·일 3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소금으로 맛을 낸 조미 김 시장은 한국의 장악하고 있다. 특히 일본 김은 주먹밥이나 초밥용으로, 중국 김은 수프 용도로 사용된 것과는 달리 한국 김은 스낵용도로 사용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글로벌 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7년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우리나라 정부가 제안한 ‘김 제품 규격안’이 아시아 지역 표준 김 규격으로 채택했다. CODEX에서 해조류 관련 규격을 채택한 첫 사례다. 향후 김 표준 규격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김 시장 표준 규격으로도 채택된다면 글로벌 김 시장에서 한국의 주도권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마트에서 현지 고객들이 마마수카 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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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제조업체들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국내외 김 시장에서 2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당시 글로벌 시장 매출 비중은 사상 처음 50%를 돌파한 바 있다. 이 기세를 이어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로 일으킨 열풍을 김으로 이어간단 전략이다.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김 생산 공장을 짓고 가동을 시작했다. 2018년엔 김 전문 행사 업체 ‘삼해상사’에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으며, B2B(기업 대 기업)간 납품용으로 활용하던 김 브랜드 ‘네이처릿’을 B2C(기업 대 개인)로 확장해 지난해부터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김 브랜드 ‘비비고 김’과 네이처릿을 이용한 투트랙 전략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한단 방침이다. 대상은 현재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미국, 뉴질랜드 등 29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으며 2018년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김을 생산하며 늘어난 현지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가 인수한 성경김 또한 미국의 대형마트 위주의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