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배틀코믹스`에 토큰경제 접목…작가·서포터 함께 만드는 웹툰

21편. 픽션 <上> 블록체인 컨텐츠 생태계 대표주자
`공룡 플랫폼` 배제…작가·서포터로 자발적 생태계 구축
모기업 배틀코믹스 생태계 흡수…他 프로젝트보다 우위
맥심코믹스·아프리카TV 등 파트너로…내년 2분기 서비스
  • 등록 2018-09-18 오전 6:21:14

    수정 2018-09-18 오전 7:15:45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과 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디앱)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다수 유저들이 참여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디앱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만큼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디앱의 상용화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난 2016년 4월에 시작한 스팀잇(Steemit)은 `돈 버는 소셜미디어(SNS)`로 입소문을 타면서 어느새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정도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성공사례가 있다 보니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도 컨텐츠 보상형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고 성공으로 가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웹툰 보상형 프로젝트` 픽션…적극적 소비자와 창작자로 생태계 구축

국내 컨텐츠 보상형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 웹툰과 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컨텐츠 생태계인 픽션 네트워크(Piction Network)가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픽션은 블록체인을 활용함으로써 웹툰과 웹소설 창작자와 소비자, 플랫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배틀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앞으로는 픽션 프로젝트에 집중할 계획인 배승익 대표는 “웹툰산업은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고 그 사이에 플랫폼이 존재하는 3대 축으로 구성되는데 플랫폼의 파워가 너무 강해지다보니 생태계 내 대부분의 부(富)가 이들에게 집중되고 심지어 작가들은 플랫폼이 계약해주지 않으면 작품 활동을 못하는 상황까지 가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반대로 플랫폼 입장에서도 제작비를 투자하지만 인기가 없어 수익이 안되는 작품도 있고 그렇다고 계약을 끊기도 어려워 다수 플랫폼이 적자를 보고 있고 중하위 플랫폼사업자들은 도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픽션은 이런 중앙화된 웹툰·웹소설 플랫폼이 가지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인 셈이다.

실제 픽션 네트워크 내에서 컨텐츠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읽는 독자와 이들 중 창작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서포터와 번역가, 인플루언서 등으로부터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창작에 필요한 제작비를 직접 모집한다. 제작비 규모는 픽션측이 관여하지 않고 작가가 직접 정한다. 물론 실력과 흥행성을 가진 창작자는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또 생태계 안팎으로부터의 모든 가치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익과 비용이 중개자 없이 자동으로 분배되며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플랫폼은 컨텐츠 소유권과 권리, 책임을 컨텐츠 제작과 투자, 번역, 홍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돌려준다. 특히 이 생태계는 특정 플랫폼이나 국가 또는 언어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토큰 보상을 통해 창작자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운영된다.

픽션 네트워크 생태계


생태계 참여자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서포터다. 웹툰과 웹소설을 유통시키는 역할만 플랫폼에 맡기고 제작비나 마케팅 비용 등을 조달하는 일을 이들 적극적 소비자가 담당하자는 아이디어다. 창작자는 자신의 과거 작품과 그 실적, 새롭게 만들 작품의 시나리오나 포트폴리오 등을 공개한 뒤 투자자들에게 어떤 메리트를 제공할 지 약속한다. 서포터는 작가에게 투자하고 작가가 쓴 작품을 널리 알리고 나중에 작가로부터 보상을 받거나 수익을 공유하게 된다. 외국인 능력을 갖춘 서포터는 자발적으로 각국 언어로 작품을 번역해 해외에서의 소비를 돕는다. 배 대표는 “플랫폼과의 표준계약서를 강요 받았던 작가들이 직접 선택하는 대신 자신의 실력으로 살아남고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으며, 무료나 심지어 불법으로 컨텐츠를 즐기면서 댓글로 창작자와 플랫폼을 욕하던 독자도 보상을 받는 대신 직접 투자하고 작품 제작에 기여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업 `배틀코믹스` 생태계 고스란히 흡수…메이저 파트너들도 확보

이런 컨텐츠 보상형 프로젝트가 실제 서비스를 하기까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생태계에 참여할 창작자와 소비자를 유치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픽션 네트워크는 주요 기관들이 투자하고 기존에 한국과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메이저급 웹툰 플랫폼인 배틀코믹스(Battle Comics)를 운영하는 배틀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여느 프로젝트에 비해 이미 상당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배틀엔터테인먼트는 배틀코믹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한국과 중국에서 웹툰과 웹소설을 성공적으로 유통하는 것은 물론 웹툰 기반의 IP비즈니스도 함께 해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웹툰과 웹소설만 해도 1000편을 훌쩍 넘는다. 이를 토대로 스마일게이트와 KTB네트워크, IMM, 산업은행 등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가들로부터 9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픽션 네트워크는 배틀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리버스 ICO(암호화폐공개)인 만큼 배틀엔터테인먼트의 컨텐츠 제작과 유통, 플랫폼사업을 초기 생태계 파트너로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다.

더구나 픽션 네트워크가 추진하고 있는 생태계 내에는 다양한 파트너들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 연간 150만부가 팔리는 국내 최대 월간지 ‘맥심’이 운영하는 만화전문 자회사인 맥심 코믹스는 물론이고 전세계 173개국 23개 언어를 지원하는 번역 플랫폼인 플리토(Flitto), 월 사용자 600만명 이상인 대표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인 아프리카TV와 도티와 잠뜰 등 100만명 이상의 인기 유뷰버를 보유한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이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 대표는 “우리 취지에 공감하는 어떤 사업자도 파트너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둘 것”이라며 “디시인사이드나 쿠팡 등에게도 컨텐츠를 제공해 그들의 트래픽 유저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수익을 나눠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픽션 서비스는 이미 개념증명(PoC)을 마친 뒤 소스코드를 깃허브에 공개했다. 올 4분기까지는 주요 기능을 모두 담아낸 뒤 내년 1분기에 베타버전을 내고 2분기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일단 웹툰과 웹소설을 처음 서비스한 뒤 서서히 일러스트나 음원, 동영상 등 개인 창작자가 만들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컨텐츠를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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