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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왕의 서고’처럼 꾸민 외규장각 의궤 전용 전시실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 문을 열었다.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전용 전시실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
전시실은 △‘책이 입는 옷, 책의’ △‘왕실의 위엄, 만세의 모범’ △‘조선 왕실 의례’ △‘디지털 서고’ 등 총 4부로 구성했다. 전시 부제로는 ‘왕의 서고, 어진 세상을 꿈꾸다’를 내걸었다. 실제 외규장각과 비슷한 약 59평(195㎡) 규모의 공간을 전통 건축 형식을 적용해 격조 있게 꾸몄다는 점이 돋보인다.
◇‘디지털 책’으로 재탄생한 외규장각 의궤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을 지닌 의궤는 조선 시대 왕실과 국가의 주요 행사에 관한 의례 기록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후대 사람들이 예법에 맞게 시행착오 없이 원활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의례의 절차와 내용뿐만 아니라 소요 경비, 참가 인원, 물품을 만든 공장, 포상 내역 등 세세한 내용까지 기록했다. 필요에 따라 물품의 도설, 행사 반차도 등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이해를 돕고자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다. 어람용 의궤는 행사에 관여하는 관원들이 볼 수 있게 만든 일반 분상용 의궤와 달리 고급 종이와 안료를 사용해 내용을 채우고 비단으로 장정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 당대 최고의 도서 제작 수준과 예술적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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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조성을 담당한 김진실 학예연구사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을 전시 방향으로 잡았다”면서 “향후 콘텐츠 종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의 서고 둘러보며 배우는 아픔의 역사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에 의해 무단 반출된 아픈 역사가 있는 문화유산이다. 고(故) 박병선 박사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노력 끝에 외규장각을 떠난 지 145년 만인 2011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온 이후 13년 동안 두 차례의 특별전을 개최했으며 7권의 학술 총서를 발간했다. 의궤 전시는 1층 조선실 한편에서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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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 297책(어람용 291책)을 보관하고 있다. 전시실은 1년에 32책(한 번에 8책씩, 1년에 4번 교체)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5일부터 진행 중인 첫 전시에서는 병자호란 이후 종묘의 신주를 새로 만들고 고친 일을 기록한 ‘종묘수리도감의궤’와 제작 당시의 책 표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어람용 의궤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를 볼 수 있다. 조선 왕실의 결혼과 장례에 관한 의궤로 조선 19대 왕 숙종이 치른 세 번의 가례를 기록한 의궤 3책과 숙종의 승하부터 삼년상을 치르는 절차를 기록한 의궤 3책도 만날 수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의궤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양상을 반영한 기록물”이라며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외규장각 의궤의 참모습을 알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알차게 꾸몄다”고 강조했다. YFM 위원장인 컴투스 송병준 의장은 “의궤 전용 전시실도 국립중앙박물관을 대표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