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굴욕

9개월전 "서브프라임 영향 없어" 2~3일 청문회서 집중 추궁 당해
  • 등록 2008-04-04 오전 8:12:21

    수정 2008-04-04 오전 8:12:21

[조선일보 제공] 벤 버냉키(Bernanke)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연 이틀 의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2일의 상·하원 합동 경제전망 청문회와 3일의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였다. 주제는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인한 금융 위기였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버냉키 의장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금융시장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JP모건 체이스가 서브프라임 사태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진 베어스턴스 투자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FRB가 30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한 배경을 캐물었다.

왜 FRB가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은 구제하면서, 주택시장 침체로 은행 융자를 갚지 못해 주택을 차압 당하는 서민들은 구제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의원들의 이런 집중 추궁에는 버냉키에 대한 짙은 불신(不信)이 깔려 있다.

2006년 2월 취임한 버냉키 의장이 2007년 8월까지 18개월 동안 서브프라임 대란이 밀려오는데도 파악을 제대로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 '쓰나미'가 몰려오자, 갑작스럽게 금리를 대폭 인하하거나 한 달에 두 번씩 금융통화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를 인하하는 등 허둥대기도 했다.

미 금융 전문가들은 그가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한 달 만에 "서브프라임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을 번복한 것도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말한다.

게다가 지난달 뉴욕 채권 시장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다.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에 대한 프리미엄(채권이 부도 날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료)이 독일 국채(0.15%)보다 높은 0.16%로 치솟은 것이다.

버냉키 의장 재직 시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이었던 미 국채의 신뢰도가 독일 국채에 밀린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미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최고의 석학으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경제침체 예방 모델' 등 각종 경제 정책 모델은 현재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 침체 예방' 전문가가 FRB 의장인데, 경제 침체가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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