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29>소액결제·해외송금…법정화폐와 공존 모색

비트코인, 지급결제·송금 쓰이기엔 너무나 비효율적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소액·즉시 결제 가능해져
스텔라, 라이트닝 네트워크 구축…리플, 은행권과 협력
  • 등록 2018-04-14 오전 7:15:00

    수정 2018-04-14 오전 8:58:48

현행 SWIFT를 이용한 국경간 송금과 리플 블록체인을 활용한 국경간 송금을 비교해 보면 리플이 거래절차의 간편함과 신속성, 저렴한 거래비용 등에서 우위를 보인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암호화폐가 가지는 슬픈 운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명색이 화폐라 불리는 존재인데도 아직까지 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든 현실, 그리고 앞으로 지급결제나 국경간 송금 등에서 더 큰 역할을 하면 할수록 중앙정부나 중앙은행,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더 강력한 견제와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바로 암호화폐가 타고난 운명이라고요. 따라서 암호화폐가 기존 법정화폐와의 불화를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가 앞으로 암호화폐가 제도권 내에 받아 들여지고, 그로 인해 좀더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화폐로서의 기능을 담당할지를 결정짓는 과제라 될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기존 경제시스템에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더해줄 수 있느냐가 개별 암호화폐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단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일본이나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 제한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실용성이 높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게 결정적 단점입니다. 또한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에서 확인된 거래가 되돌릴 수 없게 돼 거래체결이 완료되는데 최장 1시간이나 걸리고 있구요, 소액결제에서는 거래체결 확인이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또 채굴자들이 높은 수수료를 선호하다보니 고액결제가 아니고선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건 여전히 어려운 반면 고급 자동차나 주택, 예술작품 등을 구입하는데 비트코인이 쓰이는 일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더 유용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와 같은 해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탈중앙화한 결제 네트워크 채널로, 두 사용자가 블록체인에 직접 알리고 확인할 필요 없이 소액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소매점에서 포스단말기를 이용해 즉각적 지불이 가능합니다. 이 덕에 거래 수수료는 낮아지고 결제 처리속도는 빨라집니다. 이제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잔 사 마실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아 올 것입니다. 실제 이런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조만간 구현하고자 하는 쪽이 바로 스텔라루멘(XLM)이라는 알트코인으로 잘 알려진 스텔라입니다. 리플에서 하드 포크된 스텔라는 자체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 스텔라루멘을 사용하면 송금 속도가 평균 2~5초로 빠르고 수수료도 거의 없습니다. 특히 자산을 스텔라루멘으로 바꾸지 않고 기존 법정화폐나 다른 암호화폐 등으로 바로 전송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스텔라는 개발도상국이나 금융소외계층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권 금융이 감당하기 못하는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리플코인(XRP)을 찍어낸 리플도 글로벌 지급결제 스타트업으로서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관계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방식으로 법정화폐,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화해를 도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존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를 비롯한 전세계 75곳에 이르는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국경간 송금 및 지급결제 문제 해결을 위해 리플과 협력하고 있구요, 올 3월에는 일본 61개 은행들이 리플과 공동으로 일본내 계좌간 자유로운 송금이 가능한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제휴를 맺었습니다. 다만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리플의 엑스커런트(xCurrent)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송금과정에 리플코인이 필요하지 않은데요, 반면 올초 리플과 제휴를 맺은 굴지의 송금업체인 머니그램, 웨스턴유니언 등은 리플코인을 통해 국경간 송금을 진행하도록 고안된 엑스래피드(xRapid) 플랫폼을 쓰고 있어 앞으로 리플코인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다른 나라로 송금할 때 엑스래피드 플랫폼에서 리플코인을 사서 디지털 월럿간 코인을 보내고 이를 되팔아 현금을 찾게 돼 신속하면서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몇몇 암호화폐들은 이미 법정화폐와의 공존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고 일부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해도 스텔라루멘이나 리플코인이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코인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변동해서 안될 것이고 절대적인 가격수준도 기존 시스템에서의 수수료를 뛰어넘는 선까지 높아져선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일부 암호화폐가 부분적인 화폐 기능을 수행하며 법정화폐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더라도 코인 가격이 크게 뛰긴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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