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달러 강세에도 환노출형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개선되는 국내 경기지표와 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13개월래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달러 강세 시기에 환차익을 노렸다가 오히려 원화 강세 역풍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 환노출형 펀드의 상대적인 부진을 점쳤다.
환노출 투자자 ‘울상’…“원화 강세 탓에 환차익 쉽지 않아”
9일 마켓포인트 및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유로화 등 6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4.83을 기록, 3개월여 만에 95선에 근접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달러인덱스는 91선에 머물러 있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경제지표 개선과 미국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재부각된 가운데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노동부가 전일 발표한 9월 채용공고는 609만3000명으로 전월대비 3000명 증가, 전망치 600만명을 웃돌면서 달러 가치를 끌어 올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주목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최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이날은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해 1115.6원에 마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달러보다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단기적으로 1110원대는 지지할 것으로 보이나 내년 상반기 중 1100원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국내 수출 호조와 외국인 자금 증시 유입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세제개편 모멘텀 약화와 12월 금리 인상 이후 6월까지의 금리 인상 공백 등으로 달러 약세가 펼치질 공산도 크다고 내다봤다.
“장기 투자 땐 환노출이 유리”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환율 위험을 열어놓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3~5년 이상의 장기 투자 시 1~2% 안팎의 헤지 비용이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펀드 운용 시 적게는 0.5~1%, 많게는 2% 안팎의 환헤지 비용이 들어간다”며 “단기와 중장기 투자자에 따라 환헤지 비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도 “단기적인 이벤트로 환율이 어디로 튈지는 모른다. 다만 장기적으로 환율은 다시 일정 수준까지 회복하기 마련이다”며 “펀드가 투자하는 국가의 경제가 좋아진다면 환율도 제값을 찾아간다. 환헤지 비용 절감과 환노출을 통한 환차익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