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김선영 "국내 유일 '혁신신약'으로 미국 임상3상 재도전"...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당뇨병성 신경증 치료제 ’엔젠시스‘ 미 임상3-2상 진행
지난해 미임상3상 ’미완의 완성‘...올해 재도전 화제
“한국은 실패한 임상이라지만 미국서는 성공이라 평가”
  • 등록 2020-09-16 오전 5:00:00

    수정 2020-10-27 오후 4:58:03

[이데일리 류성 기자] ‘순수 토종 실력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혁신(퍼스트 인 클래스)신약으로 미국 임상3상을 진행중인 국내 유일의 바이오 기업.’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김태형 기자


국내 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지난 1996년 서울대에서 학내 벤처 1호로 시작한 헬릭스미스(084990)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바이오업계의 최고 기대주로 손꼽히며 승승장구했다. 촉망받던 헬릭스미스에 절체절명의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당시 미국에서 진행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임상3상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오면서 사실상 임상실패로 결론이 났다.

세간에서는 엔젠시스의 임상3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헬릭스미스(084990)의 운명도 다했다면서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의 판단은 달랐다. 김 대표는 “엔젠시스의 임상3상 실패는 ‘미완의 성공’이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도전, 엔젠시스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상업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대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할 당시 헬릭스미스를 창업했다.

엔젠시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혁신적인 효능을 갖춘 신약이라는 데 있다. 엔젠시스는 당뇨병에 의해 신경세포가 망가지면서 오는 통증을 근본적으로 완치할수 있는 신약이다. 당뇨병성 신경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진통제 역할에 그치고 있는 기존 약들을 대체할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으로 손꼽힌다. 과거 일부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약이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는 사례가 있지만 모두 개량신약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엔젠시스를 첨단재생의약(RMAT)으로 인증, 혁신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공식으로 부여했다.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수 있는 신약이 상업화될 경우 세계시장 규모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국내 제약시장 전체 규모가 21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만큼 어느 치료제보다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앞서 실패한 엔젠시스의 임상3상을 보완해 이미 미국에서 임상3-2상을 시작했다. 이 임상을 내년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이어 엔젠시스 임상시험에서 마지막이 될 임상3-3상을 올해 연말에 시작해 2022년 상반기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차질없이 이들 임상이 마무리되면 빠르면 2022년 말에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앞서 진행한 미국 임상3상이 실패로 끝났지만 일부 시험에서 엔젠시스의 탁월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전문가들과 심도있게 결과를 분석해보니 기존 임상설계의 오류를 바로 잡아 재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했다.

신약개발의 핵심과정인 임상시험에 대한 결과를 “모 아니면 도”라는 단순한 잣대로 예단하는 국내의 관행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미국, 유럽등 제약 선진국에서는 임상에서 한번 실패하더라도 임상설계를 보완해 재도전,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임상3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국내 임상전담 전문가를 기존 4명에서 20여명으로 5배 이상 늘리는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 국내 바이오업계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헬릭스미스의 핵심 경쟁력을 얘기한다면

△무엇보다 지난 20여년간 유전자 치료제라는 한우물만 파면서 확보한 원천기술과 전문성을 들수 있다. 엔젠시스는 이 모든 것을 응집시킨 결과물이다. 신약개발 전 과정을 내재화한 자체 역량도 헬릭스미스의 근간이다.

실험실에서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에서부터 생산, 공정개발, 품질관리, 품질보증 등 신약개발의 전사이클에 걸쳐 차별화된 경쟁우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모든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조직시스템도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신약의 미국시장 진출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약개발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낸 결과다. 특히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미국인이고 신약개발의 핵심과정인 임상,생산,분석 등을 포함한 전 분야를 망라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김태형 기자


-국내 토종업체가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어 혁신(퍼스트인 클래스)신약인 ‘엔젠시스’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텐데…


△미국에서 혁신신약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라는 대표성이 있어 자부심도 크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엔젠시스는 당뇨병성 신경증을 근원적으로 치료할수 있는 효능을 인정받아 FDA에서도 첨단재생의약(RMAT)으로 인증해줬다. RMAT는 최근 FDA가 혁신적인 재생치료법의 개발과 승인 가속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제도다. 선례가 없는 혁신신약이어서 개발 과정 중에 발생하는 중요 사안들에 대해 FDA와 긴밀한 논의가 가능하다. 특히 엔젠시스는 환자가 수백만명 대에 이르는 대중적 질환에 대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RMAT 지정을 받은 유전자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도전하고 있는 엔젠시스의 임상3상의 성공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성공을 확신하지 않았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임상3상을 다시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실시한 미국 임상3상이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일부 시험에서 엔젠시스의 탁월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 분야 전문가들과 심도깊게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기존 임상설계의 오류를 바로 잡아 재도전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됐다. 만약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 엔젠시스를 미련없이 폐기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다른 파이프라인에 연구자금을 투입했을 것이다.

-엔젠시스의 임상3상 실패이후 헬릭스미스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여전한데…

△엔젠시스의 약효가 없다는 오해가 여전한 것으로 알고있다. 임상3상 실패 이후 한국은 물론 미국의 전문가들과 수차례 임상결과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엔젠시스의 약효는 분명하다는 게 한결같은 결론이었다. 미국 키스톤 학회에서 이 분석결과를 발표하여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임상시험을 회사가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장의 오해도 있다. 회사로서는 하루빨리 임상을 진행, 한달이라도 먼저 라이센싱 아웃하거나 시판허가를 받아 회사 가치를 올리고 싶다. 솔직이 얘기하면, 내가 너무 속도를 강조하여 미국 임상담당 직원들이 상당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제약바이오의 경우에는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으니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만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얘기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쓸 만한 약물’을 만들어 낼 만한 과학적 성과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바이오업계에 거품이 끼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옥석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보다 바이오 기업이 개발하려는 제품의 혁신성 수준이 어떠한가를 살펴야 한다. 시장에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수요가 있는지, 다른 제품 대비 경쟁력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 개발하려는 의약품의 진출시장이 미국, 유럽, 일본등을 커버할수 있는지 여부도 봐야 한다. 시장의 크기를 가늠할수 있어서다.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5년~ 10년 정도 독점적으로 팔수 있는지, 개발단계가 어느 정도이고 시장진입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도 분석해야 한다. 이런 항목을 종합하면 해당 바이오기업의 적정 가치를 가늠할수 있다.

◇김선영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 학사 △MIT 생물공학 석사 △하버드대 미생물학·분자유전학 석사 △옥스퍼드대 분자유전학 박사 △하버드대 의과대학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 교수 △한국유전자치료학회(KSGT) 초대, 2대 학회장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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