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시와 그림 등이 실린 시험 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이 저작권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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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확정했다.
저작권협회는 평가원이 지난 2009년~201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나온 문제를 사용료 지불없이 홈페이지에 게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약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협회는 평가원이 시, 소설, 미술작품 등 155개 저작물을 인용한 문제를 누구나 보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 협회에서 관리하는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출처도 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시험문제 게시가 저작권법에 따라 허용되는 행위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았다”며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저작권법 제28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수험생에게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각종 시험의 투명한 관리를 위해 평가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게시행위가 공익적인 목적 외에 영리적 목적이나 그 밖의 사적인 이익을 이룬 것으로도 보이지도 않는다”며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평가원이 시험문제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벗어나는 범위로 바라봤다. 2심 재판부는 “저작물을 인터넷상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것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클 것”이라며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게시해도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평가문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와 사전에 그 이용에 관해 협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공익적·비영리적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작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기출문제를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