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동안 사회에서 최대 이슈중 하나로 손꼽힌 "의약분업"은 의-약업계는 물론 사회, 정치, 경제계까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많은 기대와 우려속에서 연초 주요 테마로 분류됐던 의약분업 문제는 의외로 증시에서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오히려 의약업종은 분업 영향과 관계없이 하락국면에 경기방어주로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했으나 의료계의 반발과 준비부족으로 1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8월1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비협조와 파업 등 의료대란의 여파로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의약분업이 조기에 정착하지 못한 채 표류가 불가피했다.
따라서 실제 증시에서의 의약분업 테마는 주된 흐름으로 꼽히기엔 다소 시기상조임을 보여줬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종목별 차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업황은 부정적= 의약분업이 실시된 지 4개월 정도 지났지만 아직 의약업종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의약업체들의 매출 부진이 나타나고 있고 향후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 진출 등을 감안하면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의약분업 실시 이후 7월까지는 약국의 구색 맞추기로 처방전 대상 의약품의 매출이 증가했지만 8월이 지나서는 가수요 후유증이 나타나며 매출이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네 약국의 영업 악화에 따른 폐쇄와 환자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일반 의약품의 판매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다국적 제약회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국내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의료계 폐업과 매출 감소 등으로 자금경색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어 시장 안팎으로 업황은 불투명해 보인다.
◇의약분업 영향은 미미= 의약분업 실시 기간이 짧은데다 의료계 파업 등으로 아직 개별 제약업체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의약분업으로 대형 제약사의 매출 증대 등 수혜가 예상됐지만 주가에 반영되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이 매수 추천했던 대웅제약과 중외제약, 동아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등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주가 흐름을 보이긴 했지만 중소형 제약주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중소형 제약주 중에서 삼진제약, 환인제약, 대일화학, 부광약품, 태평양제약 등이 신약 개발과 신규사업 진출 등을 재료로 강세를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개인 투자가들이 새로운 매매 대상으로 중소형 제약주를 집중 매수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편 의약분업 최대 수혜주로 분류됐던 대형 제약주 중에서 유한양행만 14% 주가가 상승했을 뿐 모두 하락했다. 대웅제약 -26%, 중외제약 -51%, 종근당 -67%, 녹십자 -28%, 동아제약 -47% 등을 기록했다.
◇내년 의약분업 효과 가시화= 의약분업의 효과로 나타나는 상위 제약사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중소형 제약사의 위상 약화는 내년에 본격화돼 업계 재편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중소형사의 경우 유통시장 선진화로 제품력이나 브랜드력에서 열세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대형사도 다국적 제약회사 진출로 일정 부분 마이너스 요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의약분업은 그 자체로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시장 재편과 업계 지각변화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의약업종의 주가 변동은 의약분업에 따른 단순한 매출 변동외에도 연구개발 능력과 투자, M&A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