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전문가가 본 제조업 체감경기 수치가 격감했다. 이달 초 계엄·탄핵 정국의 여파 그리고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반영된 모습이다.
산업연구원이 이달 초 133명의 전문가에게 업황 현황 판단과 전망을 물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2월 업황 현황에 대한 전문가 설문조사 지수(PSI)는 전월 100에서 81로 19포인트 내렸다. 또 내달(내년 1월) 업황 전망에 대한 PSI도 전월 96에서 75로 역시 크게 감소했다.
업황 현황·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PSI는 업종별 전문가에게 세부 경영지표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를 물은 후 이를 0~200 사이에서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부정 응답이 많으면 낮아지고 긍정 응답이 많으면 높아진다.
현황 지표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특히 81이란 수치는 2022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전망 지표 역시 5개월 연속 내린 것은 물론 하락 폭도 가팔라졌다. 전망치가 75까지 내린 건 역시 2년 만에 처음이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과 그에 따른 탄핵 정국 여파로 풀이된다. 안 그래도 11월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수출을 중심으로 한 우리 제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적인 국정 공백 우려까지 맞물린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거의 모든 세부 지표가 크게 내렸다. 12월 현황 지표를 기준으로 국내시장 판매는 101에서 80으로 수출도 105에서 87로 20포인트 가까이 내렸다. 생산, 투자, 제품단가 등 재고수준을 뺀 거의 모든 지표가 80대까지 크게 내렸다. 업종별로도 반도체가 100에서 82로 내린 것을 비롯해 전자(97→84), 자동차(100→96), 기계(94→71), 화학(81→76), 철강(100→56), 바이오·헬스(115→70) 등 거의 모든 업종 지표가 하락하며 100을 밑돌았다. 조선(113→100)이 유일하게 100을 넘었으나 하락세는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