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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고용노동부가 전국 유해 사업장의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분석해 최근 발간한 ‘2023년 근로자 건강검진 실시결과’를 보면 2023년 직업병(질병) 소견을 받은 근로자는 2만 9440명, 건수는 2만 9634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1%(6092명), 25.6%(6044건) 증가했다. 전국 10만 980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266만 9267명의 특수건강진단 및 임시건강진단을 분석한 결과다. 건수가 근로자 수보다 많은 것은 근로자 1명이 두 가지 이상 질병 판정을 받은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직업병은 사고로 얻은 병은 아니지만 화학물, 금속류, 분진, 유해광선, 야간작업, 소음 등 유해 환경에서 일함으로써 발병할 수 있는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된다. 이렇게 유해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건강진단이 특수건강진단이며 지방노동관서 명령으로 실시하는 게 임시건강진단이다. 2023년 진단을 받은 근로자가 전년 대비 8.8%(21만 5570명) 늘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직업병 유소견자 증가폭(26.1%)은 가팔랐다.
직업병 유소견이 당장 직업병에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직업병으로 의심할 만하다는 판단이 전년 대비 급증했는데도 이에 대한 사업주의 사후관리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병 유소견자 가운데 근무 중 치료를 받은 근로자는 271명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했다. 전년(553명)과 비교하면 절반이 줄었다. 추적 검사를 받은 근로자(4723명)도 40.4% 급감했다. 2022년엔 유소견자 10명 중 3명(33.7%)이 추적 검사를 받았지만 2023년 들어 이 비중이 15.9%로 반 토막 났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특수건강진단 결과 직업병 유소견자가 급증한 것은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안전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직업병 의심 근로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약화됐다”고 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