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이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흘러나왔다. 오늘(9일) 한국을 방문하는 올트먼 대표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 말이다.
물론 올트먼 대표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 챗GPT가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지어내 답을 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그의 ‘호소’를 선두주자의 ‘AI 사다리 걷어차기’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오픈AI는 이미 AI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했고, 구글 등 경쟁자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로까지 떠오르자 독점·폐쇄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며 올트먼 대표가 나서 국제적 규제 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들의 입장을 반영한 규제에 무조건 동참했다가 우리 자체 AI를 개발해 기술적으로 자립할 기회를 줄이거나 AI 산업을 육성할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AI 안전은 자국 AI 산업 발전과 별개가 아니다. AI 기술에서 앞선 미국은 규제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빅테크 기업’이 없는 유럽연합(EU)은 규제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도 AI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바람직한 규제 방향성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