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녹위, 신재생 文 정부안보다 더 늘려라…청년·시민단체 설득도 관건

탄녹위,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발표
경제계, 대체로 긍정 평가…시민단체, 산업계 민원해결 불과
신재생에너지, 문재인 정부안보다 더 늘린다
생산공장 지붕 등에 태양광 설치 의무화 추진
3차례 청년·시민단체 만난다…정부안 수정될까
  • 등록 2023-03-22 오전 7:18:38

    수정 2023-03-22 오전 7:21:2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에 산업계 부담을 낮춰주는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21일 발표하면서 경제계와 시민사회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경제계는 11.4% 감축도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국가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일제히 긍정적 입장을 내놨으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미래세대로 부담을 전가하고 산업계 민원 해결에 그쳤다고 혹평했다.

이번 정부안에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청년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청회 및 토론회가 3차례 남은 만큼 정부안이 그대로 확정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녹위, 신재생에너지 文 정부보다 더 늘려라

이날 기본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재생에너지 감축분을 400만t 추가 확대한 ‘21.6%+알파(α)’로 제시한 내용이다. 산업계 감축부담은 낮추되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강화되고 있는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문재인 정부안보다 더 확대한 것이다.

탈원전 폐기를 강조하는 윤 정부는 앞서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1.6%로, 문 정부 때보다 8.6%포인트 줄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탄녹위 기본계획에서는 이를 뒤집었다. 정부는 2년 뒤인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조정한단 계획이다.

아울러 탄녹위는 산업계에 생산공장 지붕 등에 자가 태양광 설치 의무를 부가해 이를 산업부문 감축분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5%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부문의 감축수준을 두 자릿수로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탄녹위는 보고있다.

산업계 부담 완화는 석유화학부문의 바이오납사 원료부족, 철강부문 수소환원제출기술 상용화 지연 등이 고려됐단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해 2030 NDC 산업부문 목표치를 기존 2018년 배출량 대비 14.5% 감축에서 11.4% 감축으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현실적 감축수단이 전무하고,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계의 현실을 일부 반영해 산업부문 목표치를 완화한 것은 경제위기 초입에 들어선 중소기업계에 의미 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그러나 이를 보완할 수단의 큰 축의 하나로 제시된 국제감축 부문은 우리 정부의 결정권이 제한적인 만큼 이행 불확실성이 높은 수단이란 점과 전 세계가 넷제로로 가는 상황을 전제할 때 일시적 보완에 그친단 점에서 근본적 대안이라고 보기 힘들단 지적도 나온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환경 이슈와 관련된 글로벌 차원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강화되는 측면을 고려할 때, 수 조원에 달하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국제감축 실적을 구입하는 것보다 국내 투자를 확대해 저탄소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통해서도 90만t을 추가 확보해 1120만t을 줄인단 계획이지만, CCUS 역시 현재 포집된 이산화탄소 처리방안와 저장소 확보, 상용화 지연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에 이행이 불확실한 이같은 부문을 줄이고 기술이 확보된 신재생에너지를 더 확대해야한단 주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30%로 높여야 한다고 플랜1.5는 주장했다.

이번 기본계획 정부안은 2030년까지 산업계는 기존 대비 3.1%포인트(810만t) 줄어든 11.4%(2980만t)을 감축해야 한다. 이를 신재생에너지를 추가 확대해 400만t을 더 줄이고, 국제감축 부문에서도 400만t 더 확보한단 계획이다.

“현실 감안해야” vs “미래세대에 부담전가”

미래세대 부담이 더 높은 연도별 감축 로드맵에 대해 청년세대를 설득하는 것도 관건이다.

2020년 초중반엔 기술개발 수준을 감안해 감축을 완만하게 진행하다 2020년대 후반부에 집중되는 볼록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6억8630만t 기준 2030년까지 2억4970만t(40%)을 줄여야 하는데, 윤 정부 임기 내(2023~2027년) 5년간은 총 4890만t을 줄인 뒤 이후 3년간(2028~2030년) 나머지 1억4840만t을 줄인단 계획이다.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솔직히 인정해 많은 것들이 불확실하다”며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기술이 현실적으로 발휘될 것으로 전망되는 2030년 전후에 감축 커브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오랜기간 축적된다. 선형 감축경로와 비교할 때 볼록한 형태의 배출경로는 5억1500만t이 더 축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국내에선 2030 NDC 40%도 도전적 과제이지만, 국제사회의 상향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6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통합보고서에서는 현재 각국 정부의 노력으로는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제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탄녹위는 이번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20차례에 걸쳐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청년·시민사회와는 아직 의견수렴을 거치기 전이다. 이날 발표된 기본계획 정부안은 오는 22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후 보완을 거쳐 법정기한인 오는 25일을 넘겨 이르면 내달 중 최종안이 발표될 전망이다. 탄녹위는 공청회 이후에도 청년(24일), 시민단체(27일) 등을 대상으로 현장토론회를 진행한다.

한편,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5년간(2023~2027년) 관련 예산을 89조9000억원 규모로 투입한단 계획이지만, 구체적 자금 조달 방안은 아직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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