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작년 말 중국이 이차전지의 핵심원료인 천연 인상흑연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한 지 8개월이 지났다. 당시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하며 위기감이 고조됐고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의 천연 인상흑연 수입 비중은 여전히 높다. 지난 7월에는 전체 4만2322톤(t) 중 60%에 달하는 2만5307t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국내 유일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의 상황은 어떨까.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분기 음극재 사업 부문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음극재 재고평가손실이 186억원 발생했고, 결국 159억원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공장 가동률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전기료 등을 감안했을 때 국내산 음극재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동률 하락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포스포퓨처엠 세종 공장에서 생산된 이차전지 음극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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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음극재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 차관이 잇따라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을 방문하며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어 공급망 안정화법을 제정하고 올해 5조원을 시작으로 최대 10조원의 기금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직접 수혜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생산량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 또는 기술 개발에 대한 대출 지원이 대부분인데다 직접 투자 역시 핵심광물 확보 등을 위한 투자 지원 등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직접 생산 보조금 등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퓨처엠은 세계 10대 음극재 기업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나머지 9곳은 모두 중국 기업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자칫 제2의, 제3의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까 우려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