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진석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현 경제팀을 감싸 안았다.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에게는 강한 신뢰의 뜻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에 대해 "과오, 대과없이 그동안의 위기상황을 잘 대처해왔고, 큰 실수도 없다. 정책전문가들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부총리는 개각대상이 아니다"고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신임을 확실하게 표시해줄 기회를 찾으려 노력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울러 경제팀에 대해서도 "경제팀이 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빛 볼 때가 됐다. 그야말로 성과가 조금 나타날 때가 됐다"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평가하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이 8일자로 보도된 국민일보와의 창간 인터뷰에서 김 부총리를 비롯한 현 경제팀에 대해 내린 평가의 한 단면이다. 경제팀에 대해 아주 후한 점수를 준 셈이다. 아니 극찬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경제팀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평가는 경제현장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규모 청년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 신용불량자 양산과 소비위축, 특정산업에 치우친 수출경제,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편중과 고단한 서민경제 등 총체적인 경제난국을 이유로 경제팀 경질을 요구하는 정치권 일각과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와는 크게 배치되는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왜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의 뜻을 밝힌 것일까.
우선 대안부재론을 꼽아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경제팀의 수장을 바꾼다고 경제현실이 당장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듯 보인다.
실제 노 대통령은 "투자를 촉진하고, 부동자금의 물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경제팀뿐만 아니라 누구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문제삼는 사람이 없다"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경제팀 교체로 인한 불확실성보다는 확실한 신임을 표하면서 위기요소 수습을 위한 더 한층의 분발을 촉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민주평통 자문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우리 경제를 단숨에 살릴 명약은 없다"며 "명약은 시간"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대안부재의 상황에서 뾰쪽한 수가 없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또 내년도 경제회복 기대감을 바탕으로 경제팀의 유임을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말 SBS특별좌담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년도 우리경제 전망`에 대해 "경제가 내년에는 깨어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더 좋아지도록 꼭 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회 있을때 마다 경제회복 기대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팀에 대한 신뢰는 우리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데 성급하게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상황인식이 어느정도 깔려 있는 셈이다. 앞서 "경제팀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빛 볼때가 됐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카드대란 우려 등 경제불안 요인들이 참여정부의 정책실패 보다는 지난 정부의 정책 후유증 탓이라는 상황인식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최근 "과거 IMF 위기 때는 통장에 있는 돈을 내서 쓸 돈이 있었지만, 이번 불경기는 마이너스 통장에서 출발한 셈"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국민의 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참여정부의 정책 잘못보다는 지난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정책의 후유증 탓이 크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김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대통령으로부터 확고한 신임은 받았지만 이제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하는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대통령의 신뢰에 걸맞는 경제팀의 정책제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