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이다원 기자] 젠더 불균형을 한국 사회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미국 싱크탱크의 한 연구자에 대한민국의 시선이 집중됐다. 결혼이 여성에게 ‘나쁜 거래(Bad Deal)’일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인 ‘젠더’ 이슈를 전면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에게 더 많은 육아 부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에 나아가 ‘여성할당제’ 도입이 필요해질 것이란 주장으로 또한번 시선을 집중시켰다.
|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시작된 인구 데드크로스, 반등의 기회를 찾는다’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젊은 세대의 젠더갈등을 진단하고 고학력 여성 노동력의 활용을 위한 여성할당제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 역설했다.
남성 역차별 주장을 비롯해 최근 한국사회의 높은 젠더갈등이 성역할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는 “성별 간의 역할 차이는 솔직히 존재한다. 어느 나라도 가사노동을 50대 50으로 분담하는 나라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이 부담이 너무 치우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한국의 군복무 문제도 (남성에게) 공정하지(fair)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군복무 문제로 남자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건 좀 웃기다(Ridiculous)”고 말했다.
이어 “군복무는 성별에 따른 부담이지만, 남성은 군대에 갈 가능성으로 인해 대학에 가거나 직업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자녀에 대한 부담이 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남성들은 이를 희생자의 논리로 써선 안 된다. 군복무 문제는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라며 “정부가 변화를 생각 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도 군대에서 5년을 보냈는데, 여성들도 군대를 갈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군대를 의무로 가게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남성의 백래시(backlash·반발)는 한국여성의 빠른 교육 수준의 향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백래시는 특혜를 입던 집단이 자기들의 특권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 상황에서든 적용된다”며 “백래시는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커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불과 직전 세대만 해도 한국에서 여성은 대학에 갈 것이란 기대가 크게 없었다가 불과 한 세대만에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은 남성을 능가했다”며 “남자들이 역사적으로 쭉 누려왔던 혜택인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들이 빠르게 사라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젊은 층의 성비 불균형 상태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 젊은층에서 젠더 불균형이 가장 피크를 나타낸다”며 “결혼을 못하거나 데이트할 기회도 없는 10%가 이 감정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대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3년 현재 25~34세 여성 100명당 남성 인구는 112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높다.
그는 “분명히 10%는 의심의 여지 없이 불행할 것이고, 일부 남성들의 피해의식이 있단 점에서 이 세대의 발언은 과장되며 새로운 속임수로 쓰이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성할당제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도 할당제는 끔찍하다는 논쟁이 있다. 경험 없는 여성들을 승진시켜야 하고 이는 회사의 수익성에 안 좋을 것이라고 일부는 주장한다”며 “하지만 기업의 고위관리직에 성별 균형을 유지한 경우 대부분의 섹터에서 경영성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가 많다”고 밝혔다.
나아가 “앞으로 한국 산업이 마주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좋은 근로자를 찾고 유지시키는 일”이라며 “여성들에게도 매력적인 직장이어야 고학력 여성인력이 유지되고 수익에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