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블록체인 탐방]메디블록 "ICO투자자에 무거운 책임…맨파워로 차별화"

4편. 메디블록 <下> 이은솔 공동대표 인터뷰
"의료문제 해결이 우선…블록체인은 솔루션으로 발견"
"킬러앱 개발이 관건…프로젝트 실행인력에 자신감"
"작년말 ICO로 200억 조달…코인가치 높이려 노력"
  • 등록 2018-03-26 오전 6:19:14

    수정 2018-03-26 오전 6:19:14

이은솔 메디블록 공동 대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메디블록을 이끌고 있는 두 30대 공동 대표는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이은솔 대표는 한양대 의대를 나와 영상의학과 전공의를 지냈고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고우균 대표는 카이스트와 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의사와 컴퓨터공학자라는 다른 길을 걷던 둘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빅데이터업체 메디블록에서 다시 조우했다.

25일 메디블록이 입주해 있는 위워크 역삼점에서 인터뷰를 가진 이 대표는 지난해 암호화폐공개(ICO) 과정에서 기꺼이 돈을 보탠 투자자들이 자신의 이같은 이력에 신뢰를 보였다며 그런 지지에 보답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단편적인 의료정보를 통합·공유할 수 있는 메디블록 플랫폼을 통해 의료정보의 주권을 각 개인들에게 돌리는 한편 개인들에게 맞는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먼 길을 더 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의사라는 이력을 가진 것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택한 셈인데

△의사로 일했지만 어릴 때부터 IT분야와 관련이 많은 편이었다. 과학고를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직접 공부했고 그 덕에 대학도 특기생으로 갈 수 있었다. 의대를 다니면서도 프로그래밍 관련 아르바이트나 병원업무를 했다. 전공을 굳이 영상의학과를 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IT 관점에서 보면 다른 분야에 비해 의료가 IT 기술에서 가장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 분명 니즈가 많은데 활용도가 떨어지는 분야여서 이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고민을 했다.

-처음 블록체인에 빠져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여기서 어떤 가능성을 봤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뭔가 해볼까 해서 창업하는 경우지만 우리는 의료분야가 가진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 솔루션으로 블록체인이라는 답을 찾은 셈이다. 물론 블록체인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한동안 비트코인이 전부라고 생각했다가 2세대인 이더리움을 접하고 나서 탈중앙화된 형태로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메디블록이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는 하나의 의료기관에 환자들의 의료정보가 저장돼 있다. 종이 사본이나 CD로 영상기록을 환자 개인에게 전달할 뿐이다. 각 개인도 여러 병원을 다니기 때문에 모든 의료정보를 모아서 관리하기 어렵고 활용도도 떨어진다. 우리는 메디블록 플랫폼을 구축해 각 개인의 여러 병원 데이터를 전부 모으는 것은 물론 해당 개인의 스마트폰 자체에 깔린 앱이나 개인용 의료기기 등에 있는 정보까지도 모아 하나로 관리하도록 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개인의 모든 건강정보를 하나의 스마트폰이나 앱으로 관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킬러 앱이 있어야 한다.

-수요자인 병원과 환자인 개인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오게 되는가.

△병원 입장에서 보면 제한적으로 환자 데이터를 가질 수 밖에 없다가 앞으로는 여러 병·의원과 환자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환자들은 병원의 전산시스템을 병원 서비스나 진료 실력과 동일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우리 플랫폼을 활용하면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환자에 대한 맞춤형 정밀 의료도 가능해진다. 개인들도 뱃속에서부터 성장할 때까지 자신의 자녀와 본인 건강정보 등을 저장하고 기록하려는 니즈가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맘스카페 등 출산이나 애기 정보를 공유하고 소아과에 연동하려는 수요도 있다. 당뇨나 심장병 등 만성질환자는 진료정보 외에도 당수치나 혈압 체크 등 개인 기기를 통해 생성하는 의료정보를 병원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려는 제약사나 바이오업체도 개인 의료정보를 구입하려다보니 데이터 마켓도 형성될 수 있다.

-실제 ICO를 해봤는데 벤처캐피털(VC)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비해 ICO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비즈니스모델 덕인지 오히려 VC 등 전통적 방식으로 투자하려는 요청이 더 많았다. 그러나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니 ICO를 택했다. ICO를 함으로써 얻은 장점은 메디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이 만든 커뮤니티가 생김으로써 우리 플랫폼을 지지하고 향후에 참여할 예비 유저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또 VC보다 더 큰 투자를 받아 개발에만 전념할 수도 있다. 대신 VC 투자보다는 우리를 지켜보는 눈이 더 많다보니 짐은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진다.

-국내에도 써트온 등이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내외 경쟁사들은 어느 곳이고 그들과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나

△모델 자체의 차별성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모델을 만들고 실행할 사람들이 경쟁력 가졌는가가 차별성이라고 본다. 우리는 대표들이 의학에 대한 이해가 높고 개발자들의 능력도 탁월하다. 서울과학고 후배들도 2명이나 들어오는 등 우수한 개발자를 확보하는 리크루팅에 강점도 있다. 현재 전체 직원 20명중 10명 정도가 개발자다.

-병원이라는 조직은 대단히 보수적인데 이런 플랫폼을 도입하려고들 하는가. 병원들 반응은 어떤가

△물론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앞서 받아들이려는 병원들도 꽤 많다. 상급 종합병원부터 1차 의원까지 다양하다. 어느 정도 네트워크 참여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1차 병원이 활성화되고 원격진료가 늘어나는 등 병원들의 진료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우선 국가적으로 봤을 때 병원에 다니면서 기록을 자꾸 잃어버리고 검사도 중복해서 받게 될 때 들어가는 매몰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병원을 비용을 절감하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과거 병 이력을 몰라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과실도 없앨 수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특정 병원 데이터만 가지고 단편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쓰이게 되면 전세계 환자를 대상으로 모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 연구 발전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 플랫폼이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일단 메디블록 플랫폼을 먼저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후 속도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아직 길이 멀다고 본다. 거기서 돌아갈 수 있는 앱들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끝이 보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궁극적으로는 의료 주권이 개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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