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정부가 하나은행 지분 12.38%를 내년 상반기중 조기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알리안츠나 동원 등을 제치고 누가 하나은행 1대주주로 올라설지 은행과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하나은행지분 매각은 개별은행의 지분구도 뿐만아니라 은행권 전체의 지배구조와 판도변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내년초 매각 적기..국내외 평가 양호
정부가 현재 보유중인
하나은행(002860) 주식은 4275만6000주로 전체 발행물량의 21.6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지분 9.28%는 하나은행이 내년 6월과 9월, 12월중 자사주 형태로 매입해야 할 물량이고 나머지 12.38%는 예금보험공사가 언제든 독자적으로 팔 수 있는 물량이다.
정부가 내년초 하나은행 지분 12.38%를 전량 매각하려는 것은 이 은행 주가가 본계약 당시 약속받은 최저보장가 1만8830원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종가기준으로 하나은행 주가는 2만2700원을 기록, 최저 보장가격보다 4000원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하나은행에 대한 평가도 양호한 편. 올초 SK네트웍스(SK글로벌) 분식파문의 직격탄에 맞이 휘청했던 하나은행은 이후 SK네트웍스 공동관리를 원만히 끌어냄으로써 위기관리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올해 5000억원이상 당기순익이 예상돼 손익부문에서도 신용카드대란과 가계부실 SK파문 등 잇딴 악재를 잘 헤쳐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하나은행의 영업력과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만큼 내년초 공개입찰에 붙일 경우 제값을 받고 팔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금융회사 조기민영화라는 원칙에도 부합하는 모양새다.
◇시장충격없는 `블록세일·전략적투자자에 매각`
정부는 일단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로 매각 주간사를 선정, 후속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매각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이뤄지며, 블록세일과 전략적투자자에 대한 매각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DR발행도 검토 대상이지만 우선순위에선 벗어나 있다. 하나은행 회계기준을 미국식으로 변경(US GAAP)해야하는 등 뉴욕상장 준비에서부터 실제 DR발행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국내 시장가격보다 할인 발행되는 사례가 많아 가격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국내·외 은행이나 투자기관이 단독으로 입찰하든, 사모펀드나 컨소시엄을 구성하든, 입찰후보군의 형태는 원매자 자율에 맡기겠다는 생각이다.
◇국민은행 행보 촉각‥경쟁사간 느슨한 결합 주목
정부의 하나은행 지분 매각 과정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국민은행 등 국내자본의 움직임이다.
국민은행(060000)은 일찌감치 하나은행 지분에 `마음이 있다`고 밝힌 상태.
지난달 21일 김정태 행장이 직접 나서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 지분을 정부가 매각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지분인수에) 접근하겠다"고 인수 의지를 다졌다.
금융계는 "국민은행이 하나은행 지분 12.38%를 단독 인수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한미은행 인수전에서 보여줬듯 컨소시엄이나 사모투자펀드를 통한 참여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하나은행이나 한미은행 지분을 인수할 경우 국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은행들간 느슨한 형태의 결합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히 사모주식투자펀드(PEF)를 활성화해 은행 민영화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부 방침도 향후 국민은행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의 우리금융, 제일은행 지분 매각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투자기관이나 기존 대주주가 단독으로 하나은행 지분 12.38%를 인수할 경우 알리안츠생명(8.16%),동원증권(4.71%),국제금융공사(4.37%), 코오롱(4.02%) 등을 제치고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두세곳과 연합전선을 펼칠 경우 하나은행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