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아니라 ‘마약 양성소’에요. 외부 정신과에서 타온 약을 서로 나눠 코로 마시고 있다니까요.”(30년간 마약 투약·판매한 윤모(51, 가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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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방’서 몸 부대끼며 ‘형·동생’ 사이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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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인근에서 만난 마약 투약 사범 이씨는 1996년에 친구의 권유로 마약에 손을 댔다. 이씨는 2016년께 단약에 성공하기까지 마약 투약으로 집행유예 두 번에 징역 8월과 1년 6월 등 두 번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치소에서 단약에 성공한 목사를 만난 덕분에 가까스로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그는 마약 사범들이 모여 있는 마약방을 지목하며 ‘마약 범죄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방에서 언급되는 정보들은 전국에 알고 있는 마약 네트워크부터 신종 마약제조 기법까지 주제도 다종다양하다. 이씨는 “마약 투약 사범이라도 매 순간 마약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교도소 안에서 모든 사람이 돌아가며 마약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없던 마약 생각도 절로 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마약 사범끼리 인맥도 구축된다. 마약 투약·소지 등의 범죄로 10년간 교도소를 아홉 번 드나들었다는 윤씨는 ‘교도소가 마약 양성소’라고 비판했다. 단순 투약범일 땐 말로만 듣던 ‘큰 손’, ‘큰 형님’을 교도소 안에서 직접 만나게 되고, 이들을 통해 출소 후에도 마약을 구하기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백만원 어치인 마약을 반값으로 사서 일부는 팔고 남은 것은 주변에 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 투약 범죄만 저지르던 이들이 인맥을 구축해 출소 후 유통·판매 책으로 변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어느 지역에 가면 누가 있는지 등 판매책을 공유한다”면서 “본인이 몰랐던 마약을 가지고 만나서 파티 등을 하는 등 2,3차 범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적발된 대규모 마약 거래 범죄의 상당수는 교도소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마약을 국내에 유통하려다 지난 9월 검거된 마약 밀매 총책은 2016년 필리핀에서 필로폰 2.5㎏을 밀수하려는 과정에서 청송교도소 등에서 사귄 동기들과 연계해 마약을 국내로 유통했다. 지난 4월 경기 평택서 필로폰을 유통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검거된 범죄자도 과거 교도소 동기인 평택지역 조폭 등에게 마약을 공급하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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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교도소 안에 있다고 마약을 아예 끊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도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6년간 마약을 투약했다가 지난 6월 출소한 임모(46)씨는 교도소 마약방에서는 소위 ‘마약 파티’가 벌어진다고 했다. 외부 정신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교도소로 가져오는데 이 약들을 갈아서 코로 흡입한다고 했다. 교정 공무원 앞에서 먹는 척 연기를 하고선 몰래 뱉은 뒤 약을 한데 모아 두는 방식을 이용한다. 이씨는 “교도소 안에서 계속 약을 하게 되는 셈”이라며 “나도 교도소 안이 괴로워서 1년간 향정신성 의약품을 코로 복용했는데 출소 후 한 달간 블랙아웃(기억의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올 정도로 고생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도소 내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가진 수용자는 일종의 ‘왕이자 갑이 된다’고 한다. 이씨는 “판매자들은 투약자들에게 약을 주는 과정에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는 권력욕을 느끼고 만족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교도소 내에서도 병원에서 타온 약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려고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약을 방 안에서 다른 수감자에게 주다가 안 줘서 서로 싸우기도 한다”면서 “이런 싸움을 듣기 싫어서 독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부 병원의 정신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쉽게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씨는 “교도소에 들어가면 답답하니까 공황장애 같은 걸로 핑계를 대고 정신과를 찾는다”면서 “의사들한테 돈만 주면 정신과 약을 준다”고 했다. 이어 “교도소에도 의사가 있는데 그냥 왔다 갔다 하는 정도”라면서 “의사들은 몇 마디 듣고선 약 달라는 약을 준다”고 했다. 임씨도 “외부 병원에 가서 죽겠다고 하면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면서 “교정 당국에서도 법으로 약 처방이 허용되니까 그냥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신과 약이 마약보다 더 끊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이름만 달랐지 마약과 같은 효과를 내니까 이른바 ‘징벌방’에 가는 한이 있어도 너도나도 약 처방을 받아서 먹으려 한다”고 전했다.
교도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반입이 사태를 키운다고 했다. 임씨는 “교도소 안으로 각종 향정신성 약품이 들어오는 환경이 나아지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면서 “허리 통증에 먹는 약 중에는 중추신경계에 자극을 주는 약은 몇몇 교도소에 반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ADHD 약은 몽롱해져서 마약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면서 “일부 교도소에서는 아직 반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