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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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차기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 가운데, 올 상반기 서울시에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 성평등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는 여가부의 간판이 내려지는 대신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잠정) 부지에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 여성기구가 들어서는 것이다. 여가부 폐지의 근거를 ‘시대적 소명의 종말’이라는 반(反)여성주의의 레토릭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여가부가 2019년 11월부터 유치 방안을 논의해 온 기구로 지난해 중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 상반기 설립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평등 정책·제도를 개발할 예정이다. 유엔여성기구는 양성평등과 여성 역량강화를 위한 국제연합기구로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성별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꼽았다. “여성에게 더 많은 권한과 역량이 주어질 때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의회에 여성 비율이 높을 수록 더 엄격한 기후변화 정책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들어 성평등과 기후위기 해결을 연계했다.
기후위기 해결에 여성인력을 ‘활용’하자는 것은 형식적 평등을 주장하는 일부 여성주의 운동과 궤를 달리한다. 양성평등의 발전적 활용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우리사회는 기후위기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여성참여 확대의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그 많은 대졸자 여성들은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을 웃돌지만, 30세를 기점으로 여성의 고용률은 남성에 비해 급격하게 꺾이고 만다. 고학력 여성의 경력단절은 직·간접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계고리다.
한국은 자살률과 함께 남녀임금격차, 유리천장지수 등 여성의 낮은 정치·경제 참여의 정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여성이사 비율(29위), 여성관리직 비율(28위) 등 29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의 지표도 수두룩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결국 젠더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반여성주의를 표방하기 보다는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좀 더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