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2일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요 고용지표들은 여전히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올해 들어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며 “최근 쉬었음 증가는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1년 새 25.4% 증가했다. 특히 이 중 취업경험이 있는 쉬었음 청년이 40만명에 육박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등의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상태다, 말하자면 일할 수 있는데 ‘그냥 쉬는’ 것으로,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나타낸다.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기준 국내 비경제활동인구 중 14.5%(235만명)를 차지했다.
고령층(60세 이상)과 핵심연령층(35~59세)의 쉬었음 비중이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반면, 청년층(25~34세) 쉬었음 비중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시기 늘어난 이후 올해 초부터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 3분기 기준 29.5%에 달했다. (아래 그래프 참조)
|
“할만한 일이 없다”…중기·서비스 종사자 이탈율 높아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별로 보면, 자발적 쉬었음이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비자발적 쉬었음도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 청년층에서는 자발적으로 쉬는 인구가 비자발적인 경우보다 많다. 이는 팬데믹 당시 비자발적 쉬었음이 급증했다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핵심연령층과 대비된다.
이수민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청년층의 자발적 쉬었음 증가가 일자리 ‘미스 매치’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전일제(주 35시간 이상) 일자리 감소 등 청년층 고용의 질은 악화된 반면, 청년층의 일자리 선택 기준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층의 교육 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자발적으로 쉬고 있는 청년들의 경우엔 일자리 미스 매치와 기업의 경력직 및 수시 채용 선호 등 구조적 요인 외에도 경기적 요인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장은 이직한 지 1년 미만인 쉬었음 인구 대상 조사를 근거로 “비자발적 사유로 쉬고 있는 청년층은 주로 중소기업과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로 이직했다가 ‘쉬기로’ 결정한 청년층이 많았다는 의미다.
|
과거 흐름을 살펴보면 청년층 단기 쉬었음(이직 1년 미만) 증가는 3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장기 쉬었음(이직 1년 이상)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줄어들면서 실제 취업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쉬었음 상태에서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5.6%로 실업 상태일 때(26.4%)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일본의 경우 경기침체가 발생하면서 두 차례 ‘취직 빙하기’가 있었는데, 1차 취직 빙하기(1993~2005년, 거품경제 붕괴)에 늘어난 청년 니트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지 못하면서 장기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나타난 노동 시장에서 이탈했던 청년 니트족이 나이가 들면서 핵심연령의 니트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니트족의 확산은 소비 감소와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과장은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최근 나타난 청년층 고용상황 둔화와 쉬었음 증가가 전체 노동시장의 둔화로 이어질지 향후 고용상황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