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요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신규로 발급하면 90도 누워있는 와이파이 문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죠. 카드 마그네틱을 긁거나 집적 회로(IC)칩을 꽂지 않고,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는 ‘컨택리스’(Contactless·비접촉) 결제가 가능하다는 표시를 뜻합니다.
| 사진=연합뉴스 |
|
미국, 유럽 등 외국에서는 컨택리스 결제가 이미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 해외 여행 중에 컨택리스 결제를 경험해 보면 카드를 꽂는 번거로움도 없고 결제 속도도 접촉식 결제보다 빨라 효용성이 매우 높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컨택리스 결제가 보편화되진 않은 실정입니다.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은 컨택리스 결제 비중이 95%가 넘습니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도 60~70%가 넘죠. 하지만 한국은 2.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컨택리스 결제를 위해서는 EMV 규격을 적용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유로페이의 E, 마스터카드의 M, 비자카드의 V로부터 파생된 약어인 EMV는 컨택리스 결제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 중인 글로벌 표준 컨택리스 규격입니다. 유럽의 경우 전체 단말기의 75% 이상이 EMV 방식의 컨택리스가 가능한 단말기로 보급돼 있죠.
그러나 국내 전체 가맹점의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단말기에 카드를 꽂는 방식인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결제가 대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활용하는 삼성페이도 MST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들여 NFC 단말기를 보급할 이유가 없던 셈입니다.
NFC 단말기를 활용한 컨택리스 결제는 확실한 장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보안이죠. 마그네틱 등에는 카드 소유자의 정보를 비롯한 대량의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접촉을 통해 해킹하면 카드 복제가 쉽다는 위험이 있죠. 반면, NFC을 활용한 컨택리스 결제에선 데이터를 일회성으로 암호화해 생성합니다. 그래서 결제 정보 해킹이 불가능하죠.
전 세계적으로 컨택리스 결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나라도 컨택리스 결제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통카드에서도 애플페이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도 하죠.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애플페이에서도 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 티머니가 최근 애플페이 교통카드 지원 서비스를 담당할 직원 채용에 나서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기로 NFC 단말기가 빠르게 확산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컨택리스 결제가 대세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과 신용카드 외에 컨택리스 결제가 가능한 반지,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로도 결제 수단들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