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본소득 관련 끝장토론을 제안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누구라도 중요한 정책에 대해 생각이 다르면 토론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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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을 포함해 홍영표·신동근 의원은 지난주 당 대선 주자들에게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치열한 논쟁 참여를 제안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기본소득을 고리로 `반명`(반이재명) 연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들이 친문재인계 정책연구모임 `민주주의 4.0` 소속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그러나 “(입장문에는)4.0 회원이 아닌 사람도 있고 4.0에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의원도 꽤 있다”면서 “1등 후보 정책에 대해 생각이 다르니 토론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정책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면서 “(반명 연대라는)프레임은 과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1년에 60조원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22조원) 보다 3배 가량 많은 돈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최대 정책 사업”이라면서 “이런 정도 정책이면 경선 과정에서 심층 토론을 하는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민주정부가 지금껏 일궈온 포용 복지와 기본소득은 다른 길이라는 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까지 복지 국가로 한 발 한 발 다가간 정부다. 복지 국가란 약한 사람들, 시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정부가 뒷받침 해주는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걷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전시켜주는 재분배가 핵심적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복지 예산이 110조원인데 절반이나 되는 돈을 똑같은 액수로 나눠주는 것은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견제 없는 수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는 것이 지난 1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내린 결론”이라면서 “마음만 먹으면 어떤 권력 남용도 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봤다. 문제의 심각성을 봤을 때 (수사·기소 분리는)피해갈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지난 2년간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들의 뜻이 집약되어 있는 사안”이라면서 “개혁 에너지가 결집되는 이번 시기에 해야 한다. 이번에 못하면 수사·기소 분리 개혁은 당분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아니다. 민주주의 4.0에는 회원들이 60명이다. (입장문에는) 회원이 아닌 사람도 있다. 각 개인 의원 이름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민주주의 4.0에서 이 논의를 같이한 것은 전혀 아니다. 4.0에는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도 꽤 있다.
-정치개혁과 기본소득에 대한 끝장토론 크게 두 가지였다. 일부에서 `왜 지금이냐` `왜 하필이면 기본소득이냐`는 지적이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금 1등 후보다. 1등 후보 정책에 대해서 `생각이 다르니까 토론해보자`는 건 매우 정상 아닌가. 원래 후보 간 토론에서 돼야 한다. 특히나 기본소득은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문제 있다고 본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다`라고 해서 당론이 될 수 있나. 토론해봐서 타당한 논리가 있어서 설득이 되면 찬성하는 것이고, 별 것이 없으면 이 지사가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이 지사가 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누구라도 중요한 정책을 제시할 때 생각이 다르면 토론을 요구할 권리가 있지 않나. 왜 시점이나 주체가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무조건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1년에 60조원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22조원) 보다 3배 가까이 많은데 더 토론이 안 됐다. 답답해서 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안 한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연구해 봤는데 (효과가 없어서) 안 하는 사업이다.
-`민주정부가 추진한 포용 복지와 기본소득은 다른 길`이라고 했는데 상충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인가.
△ 그렇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까지 세 번의 정부에서 복지국가를 계속 강화해 나가는, 복지 국가로 한 발 한 발 다가간 정부다. 복지국가란 국민의 삶을 정부가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경제만 발전시키는 게 아니다. 경제는 시장이고 시장은 평등하지 않다. 공정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승자독식이다. 강한 사람은 살아남고 약한 사람은 낙오하게 돼 있다.
약한 사람들, 낙오된 사람들을 받쳐줘서 낭떠러지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이다. 경제는 발전했지만 민생은 현재 어렵지 않나. 그 이유를 양극화나 불평등에서 찾고 있다. 민생을 뒷받침하는 것이 결국은 복지국가다. 민생을 보살피기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재정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걷어 어려운 사람에게 이전시켜주는 재분배가 가장 핵심이다.
민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재 쓰고 있는 복지예산이 대략 110조원이다. 그런데 절반이나 되는 돈을 ‘N분의 1’로 똑같이 나눠주자는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별로 기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이 걸어왔던 길이 아니다. 재원을 똑같이 8만원씩 나눠준다는 것은 복지 효과가 없다.
-최근에 검찰개혁이 다시 화두가 됐는데.
그런데 조국 사태, 한동훈, 윤석열 처가, 나경원 사태를 보면서 `수사를 정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구나`를 느꼈다. 권한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견제를 할 수 있으면 그렇게 못한다. `하나의 사건이라도 견제없는 수사를 하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는 것이 지난 1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애초 계획에는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지금 문제의 심각성을 봤는데 피해갈 수 없다.
-중수청 설치법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이 지체된 면도 있는데 데드라인으로 정해둔 기한이 있나.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야당이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검찰도 야당도 토론하자고 해서 받아들일 부분은 수용하면 된다. 정치적 반대, 기득권 반대는 기다릴 수 없다. 문제는 국민의 공감대가 없이 갈 수는 없다. 최대한 필요성을 잘 알리고 공감을 얻어 충실하게 진행을 해서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 동력은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한테서 나온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에 대한 에너지는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열망해도 안 하면 실망하고 떠나갈 것이다. 국민들이 간절하게 외칠 때, 동력이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보선 전후로 민생이 어려운데 검찰개혁에 매달린다는 비판도 있었다.
△개혁을 할 때 토론을 통해서 이 문제의 본질을 알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질을 잘 알리기만 한다면 많은 동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인 민주공화국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수사나 기소 같은 큰 권력을 한 사람이 갖는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특히 수사라고 하는 것은 한 사람의 기본권을 마음대로 조사도 하고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법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관에 전폭적으로 맡겨진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현재 당 지도부는 외연 확장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문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국 전 장관의 행위에 대해 수사해서 기소한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다. 과도한 수사로, 사실과 다르게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쟁점이 있다. 이것은 법원에서 사실 관계 다툼을 해야 한다.
실제로 무슨 행동을 했고, 기소가 됐고 이런 부분을 다 떠나서 검찰의 수사가 정당했고 앞으로 다 이렇게 수사해도 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부분 동의 못 할 것이다. 조국 전 장관처럼 국가 공권력이 한 가족의 표창장 문제, 인턴 문제를 압수수색 백 번 하면서 수사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다. 잘못된 수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 어떤 검사가 와도 이런 수사는 못하게 하자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이자 검찰개혁이다. 이게 왜 중도층에게 배척을 받나. 정치적으로 왜곡돼서 그렇지 검찰의 잘못된 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도 개혁을 통해서 개혁해야 한다.
-당내 경선주자 가운데 특정 후보 지지 발표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
△각자 평가가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특별히 후보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나로 생각이 모아진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4.0 이름으로 누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일은 없다. 단지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을 표명할 뿐이다.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토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