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지수 전망이 맞고 틀리는 것보다는 얼마나 납득할 만한 논리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올 들어 많은 증시 전문가들이 낙관론으로 돌아서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주가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아 ‘최후의 비관론자’로 불렸던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유동원 상무가 지난 12일 사표 제출 후 처음 입을 열었다. 그는 “주가(코스피지수)는 4~5년 후에 충분히 1800~2000까지 오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1400선이 넘으면 조정(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 사임 후 ‘타의로 퇴출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는데····.
“확실히 나의 올해 주가전망은 틀렸다.(올 초 그는 올해 주가를 800선으로 전망했었다.) 애널리스트 13년 경력에 이렇게 예상이 크게 빗나간 적은 2002년 신용카드 대란을 예측 못하고 (증시)강세론을 주장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예측이 틀렸다고 해서 회사가 그만두라고 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틀린 데 대한 부담이 컸고, 이 기회에 바이사이드(펀드 등 주식을 사들이는 직책)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후 격려 편지를 많이 받았다.”
- 일부 증권사에선 애널리스트가 비관론을 주장하면 영업사원이 손님들에게 주식을 사라고 권하기 어려워진다는데····.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일반인 대상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적었다. 오히려 대부분의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지수예측이 맞고 틀리는지 여부보다는 독창적인 논리에 주목한다. 내가 재직할 때 증권사 영업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같은 팀 내에서도 비관론과 낙관론을 펴는 경우가 있다. 그 점에서 국내 증권사보다는 다소 앞서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 증시의 ‘마지막 비관론자’ 가 시장을 떠나면 시장 전망이 모두 같은 목소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솔직히 비관론자라는 평가는 부담스럽다. 1998년과 2003년, 2004년에는 강력한 강세론자였다. 분명히 우리나라 증시가 (좋은 방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 향후 증시는 낙관할 수 있다는 뜻인가.
“4~5년 후에 1800~2000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1400~1450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내년 2월, 혹은 정부 정책 등으로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경우 11월 이후에는 역시 큰 조정(주가하락)이 올 수 있다고 본다. (1400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올라가려면)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유 상무의 사표는 내년 1월 말에 수리될 예정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가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에서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1993년 국내에 돌아와 애널리스트가 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순수 국내파보다 더한 ‘애국청년’이 됐죠. 그래서 2003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