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용인, 고양, 화성 등 100만 대도시부터 김포, 이천 등 도농복합도시까지. 최근 경기도 내 지자체 간 과학고 유치 경쟁에 불이 붙었다. 경기도교육청의 1단계 예비지정 공모에 신청한 곳만 12곳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30%가 넘는다. 이 같은 분위기에 ‘과학고가 지자체 간 경쟁 과열, 학교의 서열화, 사교육 조장’ 등 비판도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그런 비판도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한국의 과학 교육은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최근 추진하는 과학고 신설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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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의 과학고 지정 추진은 이공계 인력난 심화라는 당면 국가 현안에서 비롯됐다. 인력의 국외 유출뿐만 아니라 이공계 지망조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국 최다 인구가 거주하는 경기도에 과학고는 의정부에 위치한 경기북과학고 단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보다 인구가 적은 서울·부산·인천 등에는 2곳씩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임 교육감은 특히 현행 교육체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 교육감은 “과거 한경대 총장을 할 때 AI반도체학과를 만들고 SK하이닉스와 접촉해 연대를 제안했다. 그런데 하이닉스 측에서 현재 한국의 대학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하이닉스 관계자는 임 교육감에게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인재는 인도나 러시아에서 물색해 스카우트한다고 귀띔했다. 임 교육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안 좋은 게 아니다. 이건 한국 과학교육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묻고 또 물었다. 과학계 공통적 의견은 고등학교 때 그 기초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태희 교육감은 “과학고 2~3학년 수준이 대학교 2~3학년 수준과 같은데 대학에 가면 더 발전하는 게 아니라 후퇴한다고 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입을 모아 지금 시기 과학교육은 아이들이 고생만 하고 과학교육 발달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학고는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과학 인재를 길러내는 초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고등학교에서 습득한 지식으로 대학, 이후 그 분야로 진출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선발 기준을 바꾸면 대학도 바뀔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희 교육감은 끝으로 “고등학교는 기초 분야가 있으니 물리를 중심으로 하거나 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고등학교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실습실을 갖춰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특목고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과학고 신설을 위한 심사위원들이 국내 최고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신 분들”이라며 “한국의 과학 교육을 경기도가 책임진다고 생각하고 심사기준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