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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아이는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딸아이가 태어나곤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흔히들 말하는 ‘딸바보’가 되었죠.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첫날, 제가 등원시켜주고 싶어서 반차까지 낼 정도로 딸아이 육아에도 마음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6개월 전, 아이가 어지럽다는 표현을 자꾸 해서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는데요.
놀랍게도 아이의 혈액형이 B형이 나왔습니다. 둘 다 O형인 저희 부부의 혈액형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은 끊이지 않았고 별별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깔끔하게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내 몰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유전자 검사 결과, 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임신했을 즈음 다른 남자와도 관계가 있었고, 누구의 아이인지 모른 채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출산 당시 아이의 혈액형을 들었다면 제 아이가 아니란걸 알 수 있었을텐데, 7년을 숨겨왔습니다. 아무런 의심 없었던 저는 아이의 혈액형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거고요.
-이혼 사유는 당연히 될 수 있겠죠?
△아내가 출산 후 딸이 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혼인생활을 유지해왔다면, 당연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내가 혼인 전 다른 사람과 정교(情交) 관계를 가진 것은 재판상 이혼사유 중 하나인 부정행위를 구성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남편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출산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남편의 자식인 양 키워온 것은 남편을 기만하고 부부 간 신뢰를 심히 훼손한 것으로서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는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을 7년이나 속였는데,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을까요?
△만약 아내가 처음부터 임신한 아이가 남편의 아이가 아님을 알고도 남편을 속이고 혼인에 이른 경우라면,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은 남편이 혼인을 결정하는데 중대한 요소입니다. 아내에게 속아 혼인에 이른 남편은 민법 제816조 제3호 ‘사기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해 혼인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단,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위 기간을 도과했다면 남편은 아내와의 혼인관계를 오로지 이혼의 방법으로만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혼인을 취소하거나 이혼을 하는 경우, 아이는 어떻게 되나요?
△민법상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나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로 추정됩니다(민법 제844조). 따라서 사연자와 아내가 혼인한 후 200일 이후에 딸이 태어났다면, 딸은 법적으로 사연자의 딸로 추정되고, 사연자가 아내와 혼인 취소를 하거나 이혼에 이르더라도 딸은 계속 사연자의 아이로 남습니다.
-7년간 정성으로 아이를 키운 사연자 입장에선 충격과 배신감이 상당할텐데요.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을까요?
△사연자는 수년간 남의 아이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정성껏 길러 왔습니다. 이를 법적으로 살펴보면, 사연자가 딸에 대한 양육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딸을 양육해 딸의 친부에게 이익을 주고 자신은 손해를 입은 것이 되므로, 사연자는 딸의 친부나 아내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속이고 결혼한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판례가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친자로 믿고서 양육하다가 결국 친생자가 아님이 밝혀짐으로써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남편을 속인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연자의 아내 또한, 남편을 고의적으로 기망했다면, 당연히 위자료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재산분할은 다릅니다. 유책배우자라 할지라도 재산 형성 등에 기여한 바에 따라 재산분할을 받게 되는데요. 단, 기여도를 정할 때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 여부가 참작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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