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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다수의 업계 및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미국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서로 큰 격차 없이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마이크론을 동등한 수준의 경쟁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메모리 3사의 기술 수준은 큰 차이가 없고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마이크론과의 기술력 차이는 많이 좁혀졌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최근 마이크론이 차세대 HBM인 5세대 제품 HBM3E를 내년에 양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더 힘을 받았다. 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는 시점에 맞춰 국내 기업들과 비슷한 때에 차세대 제품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양강구도에 균열을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10년대 초반부터 HBM 시장 개척에 나선 것과 달리 마이크론은 2018년에야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 마이크론은 그간 HBM과 비슷하게 D램을 쌓는 HMC(Hybrid Memory Cube·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 기술에서 미래를 찾았다. 그러나 연산 반도체 위에 D램을 쌓는 HMC는 HBM보다 기술 난이도가 높고 성능도 HBM보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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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단 낸드, 마이크론이 첫 돌파…턱밑 추격
이전에도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에서 우리 기업보다 앞선 메모리 제품을 내놓으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D램에서는 지난 2021년 1월 업계 최초로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SK하이닉스가 최신기술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1a D램을 양산한다고 발표하면서 기술우위를 유지했지만 1a D램 자체의 양산 시점은 마이크론보다 늦었다. 삼성전자는 그 해 10월 메모리 5개 층에 EUV 공정을 활용한 1a D램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4세대 이후 제품인 10나노 5세대(1b) D램도 지난해 마이크론이 먼저 공개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마이크론 5세대 제품의 선폭은 13나노인데 삼성전자는 12나노로 추정되는 5세대 제품을 올해 5월 양산한다고 발표하면서 1위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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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우리 기업들을 앞서 나간 선례에 비춰볼 때 HBM3E 이후의 다음 세대 HBM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이 우리 기업들보다 낮지만 시장 영향력을 점차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HBM을 넘어서 그 이후의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안심할 수 없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엔비디아 등 HBM 수요처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바라보던 상황이었는데 마이크론에도 공급을 요청할 수 있다”며 “마이크론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단장은 “HBM은 수요 맞춤형 메모리인 만큼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 관계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기술 격차를 벌리면서 고객사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