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중대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가 아닌데도 제한속도 위반을 이유로 교통사고 보험금을 환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과속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라도 곧바로 보험급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A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29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8월 김포시의 한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한 약 112km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택시와 충돌해 발꿈치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공단은 A씨의 치료비 중 2973만원을 부담한 후, 이 사고가 A씨의 속도 위반으로 발생했다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보험금을 환수했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보험급여 제한 사유인 ‘중대한 과실’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속 운전 중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상대 차량의 과실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피해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차로를 변경한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과실 또한 사고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교통사고 관련 보험금 환수 처분에 있어 단순히 속도 위반 여부만이 아닌 사고의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공단의 보험금 환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