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독일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겨우 열흘 남짓 다녀와선 섣불리 한 국가를 평가하는 것이 우스운 줄 알지만, 환경론과 발전론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국가인 독일은 경제구조, 사회적 혼란 수준 등에서 한국이 본보기로 삼기에 딱 적절한 국가란 점에서다.
독일은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며, 녹색당이 주류 정당으로 편입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국가다. 독일과 오랜 앙숙인 영국의 대표 언론인 존 캠프너는 미국 평론가 조지 윌이 2019년 초 “오늘날의 독일은 세상이 봐왔던 최고의 독일이다”라고 평가한 데 크게 공감하며 책도 펴냈다. 독일 역시 많은 사회경제적 문제가 산적해 있긴하나, 기휘위기를 눈 앞에 두고 독일의 성숙함과 끊임없는 자아비판을 본받으려는 흐름이 이처럼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 8300만명의 독일은 지난 2019년 플라스틱 폐기물 628만t을 배출했다. 인구 5200만명인 한국의 연간 배출량 약 1000만t보다 적다. 우리정부가 추진 중인 탈플라스틱 대책이 현장과의 마찰로 후퇴를 반복하면서 국제적 흐름에 반하는 사이 독일은 생산단계부터 자원순환시스템이 탄탄히 자리 잡은 상태에서 ‘재사용(Reuse)’이라는 한 단계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해관계자,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뚝딱 만들어진 환경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 정부는 중장기적 정책목표 제시와 이행 과정의 검증이 부재하고, 사회적 합의 수준도 낮은 상태에서 불쑥 저항이 높은 소비단계의 대책에 섣불리 칼을 들이대고 역풍을 맞는다.
반면 독일은 환경정책의 두뇌인 독일 연방청(UBA)이 실증적 정책수단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실행하고, 입법과 규정을 마련한다. 나아가 관련 통계를 생산하며, 정책목표 이행 수준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한다. 환경행정을 총괄 하는 독일 연방환경부(BMU)와 별개로 환경정책 연구·수립·평가 전담기구가 존재하면서 독일의 환경정책은 기업의 혁신을 유도할 만큼 강력하고 지속력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독일의 환경정책은 한번 정해지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라고 현지 관계자는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