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이슈)숲과 나무

  • 등록 2005-10-20 오전 8:11:12

    수정 2005-10-20 오전 8:11:12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외국인이 도대체 왜 저렇게 팔아댈까?" 증시가 오를 때에는 외국인이 팔아도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이유를 찾는다고 해도 `차익실현에 불과하다` 정도로 얼버무린다.

그러나 급락장에서는 다르다. 구석에 꼭꼭 숨어있던 악재까지도 찾아내 이리저리 무게를 달아본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 우려, 달러화 강세, 글로벌 경기 둔화, 차익실현 등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됐다.

결국 외국인이 언제까지, 얼마를 더 팔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독심술을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그 속내는 모를 일이다.

한국 증시는 해외 자본에 너무 노출돼 있었다. 한국 증시의 최대주주는 국내 투자자들이 아닌 외국인이다. 이들은 한국 주식의 40% 이상을 들고 그동안 증시를 좌지우지했다. 외국인이 팔면 떨어지고, 사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올들어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영역을 점점 확대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급락장에서도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이 물밀듯 들어왔고 유동성에 대한 믿음은 갈수록 견고해졌다.

그러나 외국인이 주인이라는 한계는 여전했다. 기관이 매수해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자 투자심리는 얼어붙었고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 양상까지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코스닥마저 요즘 외국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거래소가 조정을 보일때 외국인의 매수세에 기대어 올랐던 코스닥이 어제는 외국인 매도로 빠졌다. 하락률은 거래소보다도 컸고, 시가총액 1위인 NHN이 2% 이상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지수는 더 크게 밀린 셈이다.

일단 낙폭이 컸던 만큼 기술적 지표들은 반등 신호들을 보내고 있다. 60일 이동평균선이 강력한 지지선이라고 믿고 있는 쪽에서는 1150선 근처에서는 저가 매수세에 나설 것이다.

간밤 달러화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 하락했고 뉴욕 증시는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 알트리아와 같은 기업들의 실적이 긍정적이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베이지북 내용도 허리케인에 따른 우려를 씻어줄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조정을 이어가려면 핑계로 삼을만한 악재들도 많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란이 한국산 제품 수입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란 휴대폰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반제품조립(CKD) 수출물량의 59%를 이란에 보내고 있는 기아차 등 수출 기업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혼란스러울수록 시장에서 한발 비껴서서 전체 그림을 조망해보는 것도 괜찮다. 숲 속에 있을 때에는 나무 밖에 보이지 않지만 밖으로 나오면 숲의 크기와 그 안에 있는 나무까지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급등..실적 호조+유가 하락
[월가시각]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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