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30돌]①건보 보장률, OECD 수준엔 아직 멀었다

韓 2017년 62.7%…OECD 평균 80%
획기적 보장성 강화책 추가 필요
  • 등록 2019-07-01 오전 6:21:00

    수정 2019-07-01 오전 6:21: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7월1일이면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이 30년째를 맞는다. 지난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작한 건강보험은 1989년 도시지역 의료보험을 실시함으로써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다. 12년만에 이뤄낸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는 세계 의료보험 역사에 유례 없는 최단기 기록이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해외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모델을 배우려 한다”며 “최근 베트남과 사우디아라비아 보건장관이 이를 위해 한국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꾸준히 늘렸어도…건보 보장률 10년째 제자리

30년 전까지만 해도 `병=재난`이었다. 몸이 아파도 비싼 의료비 걱정에 병원 치료를 엄두 내지 못했다. 가족 중 암 환자가 발생하면 재난적 의료비 부담에 가계는 파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건강보험 도입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2018년 기준으로 연간 17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7.4회)보다 2.3배나 많다. 환자 1인당 평균 입원 일수는 18.1일로 일본(28.5일) 다음으로 길다. 개인 의료비 부담이 줄며 병원을 찾는 횟수도 머무는 기간도 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급여를 포함한 환자 전체 진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인 건강보험보장률은 2017년 기준 62.7%다. 이는 전체 진료비의 약 3분의 2 정도를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의미다. 환자는 3분의 1 정도의 의료비만 내면 되는 셈.

하지만 이 비중은 지난 10년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건강보장율 종합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61%였던 것은 2007년 65%로 정점을 찍은 후 조금씩 내려가 6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법정 본인부담률은 2006년 22.1%에서 2016년 20.2%로 낮아졌다. 반면 비급여 본인부담률을 2006년 13.4%에서 2016년 17.2%로 오히려 증가했다. 보험급여가 확대되는 만큼 비급여 역시 빠르게 증가하며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은 37.3% 수준으로 OECD 평균(19.6%)보다 17.7%포인트나 높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확대는 민간보험시장의 가파른 성징이라는 왜곡을 낳았다. 민영의료보험 보유비율은 2008~2014년 동안 67.7%에서 74.0%로 높아졌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고속득층으로 갈수록 민영의료보험 보유비율이 38.2%에서 83.8%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로 인해 많은 이들이 비싼 보험료로 인한 가계 부담을 감수하면서 민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30주년 기념식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 걱정을 덜고 의료기관도 건강보험 하나로 운영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케어 확대를 통해 보장률을 높여나가겠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획기적인 보장강화 대책·사회적 합의 필요

현재 OECD 평균 건강보험 보장률은 80%다. 현재 수준(62.7%)을 감안하면 17%포인트나 적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보장률을 2023년 70%까지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급여 항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선택진료비(특진비)를 폐지한 데 이어 병원 2·3인실 보험적용, MRI·초음파 단계적 보험적용까지 진행 중이다.

이같은 문재인 케어는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건보공단의 30주년 기념 설문 결과 10명 중 8명(82.3%) 이상이 ‘건강보험이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2명 중 1명(53.9%)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 사업 중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47.9%가 ‘MRI, CT,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을 1위로 꼽았다. 그 뒤를 △65세 이상 임플란트, 틀니 본인부담 경감(11.5%) △특진비(선택 진료비) 폐지(9.7%) △간호간병서비스 확대 실시(9.2%) 등이 이었다.

이같은 다양한 보장률 확대에도 올 하반기 추산하는 지난해 보장률은 65%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보다 획기적이고 상징적인 보장성 강화대책이 필요하다”며 “가입자들이 건강보험 보장이 늘었다고 체감하지 못한다면 건보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가입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현장 체감률이 높은 보장성 강화대책인 것. 다른 전문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장성 상향 조정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선 국민, 의료계, 정부 3자 간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소통과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앞으로 발전방안을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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