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정부가 순직을 인정한 뒤 이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소멸시효 완성 이후라도 군인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단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 서울행정·가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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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사망보상금지급불가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의 부친은 1950년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6년 1월 사망했다.이로부터 25년 후인 1981년 A씨는 유족 급여를 문의했으나 육군은 부친이 ‘병사로 사망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후 육군본부는 1997년 7월 B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재분류했지만 이를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 뒤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2021년 10월 “A씨의 부친이 1954년 8월 막사신축작업 중 산사태로 요추 골절 부상을 입고 치료 중 1956년 1월 양하지 마비와 요붕증으로 사망했다”며 사망과 군 복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에 A씨는 국군재정관리단장에게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A씨는 군인재해보상연금 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2023년 3월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군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군인사망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부친이 사망할 당시 A씨는 3세에 불과해 사망 경위나 보상금 청구 절차를 알기 어려웠다”며 “육군본부가 1997년 순직 재분류 결정을 하고도 A씨에게 통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1981년 원호보상 혜택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2021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으로 비로소 구체적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군 복무 수행 중 사망했음에도 유족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A씨가 진상규명 결정이 있은 지 약 1년 뒤 군인사망보상금 지급청구를 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