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데일리가 비금융기업 가운데 별도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 보고서를 발간한 6개사(SK·SK케미칼·SK실트론·SK가스·KT&G·현대사이트솔루션)를 조사한 결과 SK, SK케미칼, SK실트론, SK가스, KT&G 등이 기후변화에 따른 재무영향을 계량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SK케미칼이 기후변화에 아무것도 대응 하지 않았을 때의 재무적 영향이다. 반면 2040년 SK케미칼이 재생에너지 사용 전환 등을 통해 넷제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경우 비용은 730억원으로, 1000억원의 절감이 가능했다. 누적 절감액은 약 7380억원 규모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누적 자산 손실 규모는 2050년까지 누적 5200억~1조7500억원(고강도 감축~저강도 감축 시나리오)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SK㈜는 주 사업인 데이터 센터의 전력사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배출권 구매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40년까지 1055억원의 배출권을 구매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2040 넷제로를 달성하면 배출권 판매를 통해 222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SK는 투자회사의 물리적 리스크에 대한 재무 영향 평가를 실시해 첫 공개했으나,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자산 손실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SK가스는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에 따른 재무영향을 분석, 2021년 기준 32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30년 1조원으로 기업가치가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경우엔 영업이익 성장은 14%에 그칠 것으로 것으로 예상했다. LPG와 LNG 수요가 수소, 암모니아 등 탄소 제로 시장 성장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나아가 2030년 이후 장기 전망에서는 기후변화 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역성장을 예상했다.
KT&G는 2050년까지 기후 시나리오별로 1.5도, 2도, 4도 내에서 탄소가격제에 의한 누적 재무적 영향이 최대 20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TCFD는 다양한 ESG 이니셔티브 가운데, 기후변화 이니셔티브로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목표 등 4개 영역에 대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권고안이다. 세계 최대 ESG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TCFD 권고사항에 따른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영진에 반대 투표 의견을 제시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뒤늦게 TCFD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의 수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나아가 지난 2022년 3월 공개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공시 초안에서 ISSB 기준안보다 수준이 더 높은 ‘계정별’ 재무 영향을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시 대상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도 포함된다. KG금융, 포스코, 한국전력, 쿠팡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도 미국 SEC의 기후공시에 따른 준비가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 영향은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백태영 ISSB 위원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지난 26일 개최한 ESG 공시기준 관련 웨비나에서 “아직 우리나라의 ESG 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에 대한 개선 등 기업이 외부에 영향을 주는 임팩트(Impact) 관점에 머무르며 회사 홍보 수단으로 쓰인다”며 “ISSB는 물론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려는 (ESG공시) 방식은 그런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재무제표를 제공하는 것처럼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