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은 남의 것을 쓰면 안되나..기증제대혈 논란

보관료 100만원 훌쩍..'혹시나'에 신청 급증
숫자 7배 적은 기증제대혈, 사용률 1.3% 30배 높아
정부지원 기증제대혈 전국 3곳 불과..홍보도 안돼
  • 등록 2013-07-22 오전 8:00:00

    수정 2013-07-22 오전 8:00:00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오는 9월 출산을 앞둔 김모(31)씨는 다니는 산부인과의 권유로 ‘제대혈’을 한 보관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할인을 해서 160만원을 내면 25년동안 보관해 주는 조건이었다.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틀림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입을 결정했다.김 씨와 같이 제대혈을 보관업체에 맡기는 산모는 전국적으로 연간 3~4만명에 이른다. 매년 40~50만명의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꽤 높은 비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12개 가족제대혈업체들의 가족제대혈 보관현황은 지난 2006년 18만5206명에서 지난해 37만383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00만원이 넘는 비용에도 이를 찾는 부모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산부인과의 적극적인 제대혈 보관 권유도 증가세에 한몫했다.

제대혈은 산모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탯줄 및 태반에 존재하는 혈액이다. 제대혈에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존재해 골수이식과 동일한 치료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급·만성 백혈병, 재생 불량성 빈혈, 골수 이형성 증후군, 고셔병, 선천성 면역결핍증, 악성림프종 등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아이가 태어날때 제대혈을 채취해 장기간 냉동 보관했다 필요한 경우 사용토록 해주는 가족제대혈은행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증-가족제대혈은행 비교
하지만 많은 비용을 들여 가족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1~2012년 가족제대혈이 실제 이식에 활용된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보관된 37만여개 중 155개만 사용된 것이다. 특히 백혈병처럼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질환인 경우는 문제가 있는 유전자가 포함된 본인의 제대혈이 치료효율이 떨어진다. 제대혈 보관업체들은 향후 줄기세포 치료 등 신기술이 개발될 경우 가족제대혈이 유용하다는 주장이지만 아직 이 기술은 연구단계에 그치고 있다.

2001~2012년 제대혈 보관 및 이식 현황 (누적, 단위 : 건)
오히려 전문가들은 ‘기증제대혈’ 활성화를 제안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기증제대혈이 활성화돼 있다. 다수 환자로부터 기증받아 공공자원으로 관리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한 제대혈을 공급하는 것이다. 기증제대혈 숫자가 늘어날수록 환자에게 적합한 제대혈을 찾을 확률도 높아지고 환자에게 공급하는 비용도 낮아진다. 현재는 기증제대혈을 치료용으로 공급받을 경우 환자가 4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부담한다.

김경희 동아대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기증제대혈을 활성화하고 있다”면서 “제대혈을 공공으로 관리하면서 엄격한 정도 관리를 하면서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 정부 지원을 받는 기증제대혈은행은 서울특별시제대혈은행,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제대혈은행, 대구파티마병원제대혈은행 등 3곳(전체는 5곳) 뿐이다. 전라도나 충청도 등에 거주하는 산모들은 제대혈을 기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기증 제대혈 보관 현황은 지난 2006년 1만3211명에서 2012년 4만8328명까지 늘었지만, 가족 제대혈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다. 그러나 기증제대혈 활용비율은 1.3%로 가족제대혈의 약 30배 이상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기증제대혈에 대한 인식도 낮은 수준이다. 일선 산부인과에서는 수수료를 받는 가족제대혈만을 홍보하고 있어, 산모들은 기증제대혈 제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의 홍보 역시 온라인에 그치고 있다.

오진희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선진국 등에서는 기증제대혈 제도 활성화를 위해 산모에게 코디네이터가 직접 제도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규제가 늘어나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기증제대혈 추가 확보를 위해 기증제대혈은행 숫자를 늘리고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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