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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7이라는 숫자를 동원하는 것은 7년을 넘긴 사례가 별로 없을뿐더러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에 전속계약 기간이 최대 7년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하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솔직히 대중이 체감하는 아이돌 활동기간은 7년이 아니라 더 짧을 수도 있다. 특히 거대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은 데뷔 초에 대중적 관심이 몰리는 탓에 해체를 떠나 성수기를 기준으로 치면 ‘유효’ 활동기간은 더 짧아진다.
특히 아이돌과 심정적 조화를 느끼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아이돌 관련 얘기만 나오면 말끝마다 “요즘 애들은 나왔다가 금방 사라지니까 누가 누군지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불평조로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 때는 오래갔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리면서도 은연중에 시대차를 강조하곤 한다. 그룹의 경우 과거에는 장수, 지금은 단명이라는 이러한 일반 인식의 늪은 확실히 깊다.
인기의 기복을 타지 않는 특급 아이돌 세븐틴 역시 8년 궤적을 그려냈다. BTS 못지않은 해외진출 성공기를 써내고 있는 현존 최고의 걸그룹 블랙핑크는 왠지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들도 2016년에 출발, 징크스 7년을 막 통과했다. 올해 해외 순회공연 관객동원의 막강기록을 보면 그들의 이력은 멈출 기색이 아니다.
이에 반해 오래 활동했을 것 같은 과거 그룹들을 보면 놀랍게도 활동연한이 길지 않다. 1980년대 록의 전설 들국화는 1983년 결성한 뒤 2집을 낸 뒤 얼마 후 해체, 오리지널 멤버가 같이 뛴 것은 4년도 채 되지 않는다. 입대와 취직으로 인해 활동의 어려움을 겪은 산울림도 3형제가 함께 밴드의 울림을 전한 것은 다 합해 4년 정도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1992년부터 은퇴 선언한 1996년까지 딱 4년이다.
솔직히 K팝이 수확 중인 전지구적 성공의 진짜 요인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 강한 동료애를 쌓아가는 과정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는 마음을 열고 팀 동료를 포용하는 자세, 그 인적 요소를 전제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멤버들의 노고와 인간승리의 측면이다. 장수 아이돌 사례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이제 ‘아이돌의 시간은 짧다’는 속설은 거둬들여야 한다.